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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ights
에이전트 시대 Vol.2 인간

Vol. 2 · Chapter 05

4. 자산 특수성과 기회주의 — Williamson의 렌즈

김정기 · JK2026년 8월 8일8분 읽기Vol 2 · Chapter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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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산 특수성과 기회주의 — Williamson의 렌즈

이 챕터를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거래비용 외에 기업의 경계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 자산 특수성. 그리고 AI가 이 변수를 어떻게 바꾸는가.

특정 거래에만 가치 있는 투자일수록, 거래 상대의 기회주의에 취약해진다. 올리버 윌리엄슨은 이 "자산 특수성"이 기업이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을 외부에 맡길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했다. AI가 자산 특수성을 낮추면, 기업은 더 유연해진다.


반도체 공장의 딜레마

반도체 파운드리의 장비를 생각해 보자.

TSMC가 애플의 A시리즈 칩을 만들기 위해 전용 공정 라인을 구축한다. 이 라인은 애플 칩에 최적화되어 있다. 삼성 칩을 만들 수 없다. 인텔 칩도 안 된다. 수천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 장비는 애플이라는 한 고객에게만 가치가 있다.

이것이 자산 특수성1이다.

자산 특수성이 높으면 위험해진다. 애플이 갑자기 "내년부터 다른 파운드리를 쓰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전용 장비는 쓸모없어진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이 위험을 아는 쪽이 유리하다. 상대방이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조건을 불리하게 바꿀 유혹이 생긴다.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거나, 납기를 앞당기라고 압박하거나. 이것이 기회주의2다.


윌리엄슨의 발견

1985년, 올리버 윌리엄슨이 "자본주의의 경제 제도"를 출간했다[1]. 코즈의 거래비용 이론을 정교하게 만든 책이다.

윌리엄슨은 거래의 세 가지 속성을 정의했다.

첫째, 자산 특수성. 이 투자가 특정 거래 관계에서만 가치 있는 정도다. 높을수록 위험하다.

둘째, 불확실성.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도다. 높을수록 계약으로 미리 정하기 어렵다.

셋째, 거래 빈도. 이 거래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자주 일어나면 내부화의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세 변수의 조합이 최적 거버넌스3를 결정한다.

자산 특수성이 낮고, 불확실성이 낮으면 → 시장에서 거래한다. 자산 특수성이 높고, 불확실성이 높으면 → 기업 내부에서 한다. 그 중간이면 → 하이브리드(합작, 전략적 제휴, 장기 계약)를 선택한다.

윌리엄슨은 이 논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기회주의란 "이기적이되, 교활하게 행동하는 것"이다[2]. 자산 특수성이 높을수록 기회주의의 피해가 크다. 이 피해를 막기 위해 기업이 활동을 내부화한다.


자산 특수성의 다섯 종류

윌리엄슨은 자산 특수성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장소 특수성이 있다. 제철소와 발전소가 나란히 있어야 운송 비용이 줄어든다. 한번 지으면 옮길 수 없다.

물적 특수성이 있다. 특정 부품만 만들 수 있는 금형이다. 다른 제품에는 쓸 수 없다.

인적 특수성이 있다. 30년차 반도체 엔지니어의 노하우다. 다른 산업에서는 가치가 떨어진다.

전용 자산이 있다. 한 고객의 물량을 위해 증설한 생산 라인이다. 그 고객이 떠나면 유휴 설비가 된다.

시간 특수성이 있다. 신선 식품의 유통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사라진다.

다섯 종류 모두에서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 특수성이 높을수록, 거래 상대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기회주의에 취약해진다.


AI가 자산 특수성을 바꾸는 세 가지 방식

AI는 자산 특수성을 세 방향에서 바꾼다.

첫째, 범용화다.

과거에는 특정 업무를 위해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다. 개발비가 수억 원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그 업무에만 쓸 수 있었다. 자산 특수성이 높았다. 이제 LLM 기반 에이전트는 범용적이다. 같은 에이전트를 약간의 설정 변경만으로 다른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자산 특수성이 낮아진다.

둘째, 인적 특수성의 전환이다.

30년차 엔지니어의 암묵지4는 높은 인적 특수성이다. 이 사람이 퇴직하면 지식이 사라진다. AI가 이 암묵지를 지식 그래프5로 변환하면, 인적 특수성이 조직적 자산으로 바뀐다. 특정 개인에 대한 의존이 줄어든다.

셋째, 시간 특수성의 압축이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예측이 시간 특수성을 줄인다. 수요 예측 에이전트가 주 단위를 시간 단위로 바꾼다. 재고가 줄고, 폐기가 줄고, 시간에 의한 가치 손실이 줄어든다.


Make-or-Buy가 달라진다

자산 특수성이 낮아지면 윌리엄슨의 프레임워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시장 거래가 유리한 영역이 넓어진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부 개발하던 기업이, 범용 AI 플랫폼을 외부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전문 인력을 직접 고용하던 기업이, AI 에이전트 + 소수 전문가 조합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2026년의 한 논문은 이 변화를 "Buy-or-Build 결정의 재검토"라 제목 붙였다[3]. 에이전틱 AI가 기업 소프트웨어의 경제학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주의가 필요하다.

자산 특수성이 낮아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외부에 맡기면 안 된다. 앞 챕터에서 본 CMR의 경고를 기억하자. "효율의 착각"이다. AI 에이전트 자체의 조율 비용이 새로운 형태의 거래비용으로 등장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활동의 자산 특수성이 진정으로 낮아졌는지, 아니면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구분이 Vol.4에서 다룰 Build vs Buy 프레임워크의 출발점이다.


윌리엄슨이 오늘 살아 있다면

윌리엄슨은 2020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오늘의 AI 에이전트를 봤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기회주의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AI 에이전트는 기회주의적일 수 있는가? 직접적으로는 아니다. 에이전트에게 "이기심"은 없다. 그러나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기회주의적일 수 있다. CUDA 생태계에 투자하면 NVIDIA에 대한 자산 특수성이 높아진다. 특정 클라우드의 AI 서비스에 의존하면 전환 비용이 높아진다.

새로운 형태의 자산 특수성이다. 새로운 형태의 기회주의다. 윌리엄슨의 렌즈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코즈가 거래비용을 발견했다. 윌리엄슨이 자산 특수성을 추가했다. 이제 기업 경계의 두 축을 이해했다. 그런데 2026년, 이 경계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다. 인간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AI 에이전트다. 기업이 "Human-AI Collective"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References

[1] Williamson, O., 'The Economic Institutions of Capitalism', Free Press, 1985. — 거래비용 경제학의 체계화. 자산 특수성, 기회주의, 거버넌스 구조 이론

[2] Williamson, O., 'Transaction Cost Economics: How It Works; Where It is Headed', De Economist, 1998.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23/A:1003263908567 — "이기적이되, 교활하게"라는 기회주의 정의의 원문

[3] arXiv, 'The Buy-or-Build Decision, Revisited: How Agentic AI Changes the Economics of Enterprise Software', 2026. https://arxiv.org/pdf/2604.26482 — 에이전틱 AI가 기업 소프트웨어의 Make-or-Buy 경제학을 재편

Footnotes

  1.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 — 특정 거래 관계에서만 가치 있는 투자의 정도. 높을수록 거래 상대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

  2. 기회주의(Opportunism) —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교활하게 추구하는 행동. 윌리엄슨의 정의.

  3. 거버넌스(Governance) — 거래를 관리하는 제도적 구조. 시장, 하이브리드, 위계(기업 내부) 세 가지.

  4. 암묵지(Tacit Knowledge) — 언어나 문서로 전달하기 어려운, 경험에 체화된 지식. 마이클 폴라니가 제시.

  5.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 엔티티(개체)와 관계를 그래프 구조로 표현한 지식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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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NC-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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