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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ights
에이전트 시대 Vol.4 구축

Vol. 4 · Chapter 04

3. 견적서 하나에 숨은 비용 — Coase의 거래비용

김정기 · JK2026년 8월 8일9분 읽기Vol 4 · Chapter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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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견적서 하나에 숨은 비용 — Coase의 거래비용

이 챕터를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AI가 기업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바꾸는가.

모든 거래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찾고, 협상하고, 감시하는 비용이다. 1937년, 로널드 코즈는 이 비용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AI 에이전트는 이 세 가지 비용을 모두 줄인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달라진다.


견적서를 해부한다

2018년, 한 중견 제조사의 구매팀을 보자.

이 팀은 연간 1,200건의 견적서를 처리했다. 부품 하나를 구매하려면 최소 세 곳에서 견적을 받는다. 가격, 납기, 품질, A/S 조건을 비교한다.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고, 미팅을 한다. 계약서를 검토한다. 납품 후에는 검수한다. 불량이 나오면 클레임을 건다.

견적서 한 장의 가격은 표면에 보이는 숫자다. 그런데 그 숫자 뒤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공급업체를 찾는 시간. 조건을 비교하는 시간. 계약을 검토하는 법무 비용. 납품을 확인하는 검수 비용. 불량을 처리하는 클레임 비용.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거래비용이라 부른다.


코즈의 질문

1937년, 영국의 젊은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이었다[1]. 그때 코즈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

코즈의 질문은 단순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왜 기업이 존재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장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가격 메커니즘1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그렇다면 모든 거래를 시장에서 하면 된다. 부품이 필요하면 시장에서 사면 된다. 노동이 필요하면 시장에서 고용하면 된다. 그런데 왜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내부에서 활동을 조율하는가?

코즈의 답은 이것이었다. 시장을 이용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용이 거래비용이다.


거래비용의 세 얼굴

탐색 비용협상 비용감시 비용
정의거래 상대를 찾고 비교하는 비용계약 조건을 합의하는 비용이행을 확인하는 비용
사례견적서 수집, 가격 비교, 품질 조사계약서 작성, 법무 검토, 조건 협의납품 검수, 수량 확인, 불량 처리
AI 효과에이전트가 수천 업체 동시 검색계약 조항 자동 분석, 최적 조건 추천IoT + 실시간 모니터링, 이상 자동 탐지

Figure 1. 거래비용의 세 가지 요소와 AI의 효과 — Coase (1937), 저자 재구성

거래비용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탐색 비용이다.

거래 상대를 찾는 비용이다. 부품을 사려면 공급업체를 찾아야 한다. 어떤 업체가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품질은 어떤지 알아내야 한다. 견적서를 받고 비교하는 것이 탐색이다. 시간과 노력이 든다.

둘째, 협상 비용이다.

거래 조건을 합의하는 비용이다. 가격, 납기, 결제 조건, 보증 조건을 하나씩 정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한다. 법무팀이 검토한다. 양측이 수정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

셋째, 감시 비용이다.

거래가 약속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비용이다. 납품된 부품이 규격에 맞는지 검수한다. 수량이 맞는지 확인한다. 불량이 발견되면 처리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코즈의 통찰은 이것이다. 이 세 가지 비용이 충분히 높으면,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기업 내부에서 직접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기업이 존재한다.

기업의 경계는 이렇게 결정된다. 내부에서 조율하는 비용이 시장에서 거래하는 비용보다 낮은 활동은 내부화한다. 그 반대이면 외부에서 구매한다. 기업의 크기와 범위는 이 균형점에서 결정된다.


AI가 세 비용을 줄인다

AI 에이전트는 거래비용의 세 얼굴을 모두 바꾼다.

탐색 비용부터 보자. 구매 에이전트2가 수천 개의 공급업체 데이터베이스를 동시에 검색한다. 가격, 납기, 품질 이력, 인증 여부를 몇 초 만에 비교한다. 인간 구매 담당자가 일주일 걸리던 작업이다. 탐색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든다.

협상 비용을 보자. 계약서 검토 에이전트가 수백 페이지의 계약 조항을 분석한다. 위험 조항을 자동 탐지한다. 과거 계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조건을 추천한다. 법무팀의 업무가 줄어든다. 협상 기간이 단축된다.

감시 비용을 보자. 모니터링 에이전트가 납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IoT 센서3가 품질 데이터를 자동 수집한다.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알림이 온다. 인간이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하던 일이 자동화된다.

세 비용이 모두 줄어든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기업의 경계가 다시 그려진다

코즈의 논리를 따르면 답은 명확하다.

거래비용이 낮아지면,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유리한 영역이 넓어진다. 기업이 내부에서 직접 하던 활동의 일부를 외부로 돌릴 수 있게 된다. 기업의 경계가 수축한다.

그런데 동시에 반대 방향의 힘도 작용한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의 조율 비용도 줄이기 때문이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보고, 승인의 비용이 줄어든다. 내부 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업의 경계가 확장될 수도 있다.

2025년, 캘리포니아 경영 리뷰(CMR)가 이 현상을 분석했다[2]. 논문 제목은 "코즈에서 AI 에이전트까지"다. 핵심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째, AI 에이전트는 기업의 경계를 확장과 수축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둘째, 코즈의 논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형태가 바뀔 뿐이다. AI 에이전트를 내부에서 운영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에이전트 간 조율, 맥락 전달, JSON 형식 맞추기.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내부 거래비용이다.

논문은 이를 "효율의 착각"이라 불렀다. AI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에이전트 자체의 조율 비용을 간과하게 한다는 경고다.


소규모 전문 기업의 부상

한 경제학 블로그의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3].

LLM이 분석과 리서치 같은 기초 인지 업무를 흡수하면, 대기업보다 소규모 전문 기업의 네트워크가 유리해진다. 큰 회사 안에 여러 부서를 둘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각 전문 기업이 AI 에이전트로 무장하면, 소수 정예로도 대기업 수준의 분석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것은 프리랜서 경제의 확대와 다르다. 프리랜서는 개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5~20명의 전문가가 AI 에이전트와 함께 작동하는 "마이크로 기업"이다.

코즈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거래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의 최적 규모도 작아진다.


견적서에서 기업 전략으로

다시 견적서로 돌아오자.

1,200건의 견적서를 처리하던 구매팀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탐색이 자동화된다. 비교가 자동화된다. 검수가 자동화된다. 구매 담당자 5명이 하던 일을 에이전트 1개와 담당자 2명이 한다.

그런데 이것은 비용 절감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전략의 이야기다.

거래비용이 줄면 "직접 만들 것인가, 밖에서 살 것인가"의 답이 바뀐다. 내부에서 하던 물류를 외부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외부에 맡기던 데이터 분석을 내부로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기업의 형태 자체가 재구성된다.

코즈의 1937년 논문은 87년이 지났다. 그러나 핵심 질문은 살아 있다. "왜 이 활동을 기업 내부에서 하는가? 시장에서 하면 안 되는가?" AI가 이 질문의 답을 매일 바꾸고 있다.


거래비용이 기업의 경계를 결정한다는 것을 봤다. 그런데 코즈는 비용만 말했다. 비용 외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거래 상대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때 생기는 문제다. 올리버 윌리엄슨이 이 변수를 찾아냈다.



References

[1] Coase, R., 'The Nature of the Firm', Economica, 1937. —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거래비용으로 설명한 최초의 논문. 코즈는 1991년 이 논문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

[2] CMR Berkeley, 'From Coase to AI Agents: Why the Economics of the Firm Still Matters in the Age of Automation', 2025. https://cmr.berkeley.edu/2025/04/from-coase-to-ai-agents-why-the-economics-of-the-firm-still-matters-in-the-age-of-automation/ — AI 에이전트가 기업 경계를 양방향으로 재편. "효율의 착각" 경고

[3] Coverdale, C., 'Coase vs AI', Tangentially Economics, 2025. https://www.charlescoverdale.com/p/coase-vs-ai — LLM이 기초 인지 업무 흡수 → 소규모 전문 네트워크 기업 부상

Footnotes

  1. 가격 메커니즘(Price Mechanism) —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격이 자원 배분을 조절하는 체계.

  2. 구매 에이전트(Procurement Agent) — 공급업체 탐색, 견적 비교, 계약 검토를 자동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3. IoT 센서(Internet of Things Sensor) — 물리적 대상에 부착되어 온도, 압력, 진동 등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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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NC-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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