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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ights
에이전트 시대 Vol.3 산업

Vol. 3 · Chapter 02

제1장. 1994년의 가치사슬, 2026년의 매트릭스

김정기 · JK2026년 8월 6일Vol 3 · Chapter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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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994년의 가치사슬, 2026년의 매트릭스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왜 우리는 산업을 단일 가치사슬이 아니라 매트릭스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매트릭스가 왜 반도체와 디지털 AI와 Physical AI라는 세 축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

도입: 사슬에서 매트릭스로

프롤로그에서 말했다. 1994년에 글로벌 밸류체인 논문을 쓰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고. 산업은 점이 아니라 사슬이다. 한 회사의 성공은 그 회사 혼자의 성공이 아니다. 그 회사가 속한 사슬 전체의 흐름이 만든 결과다. 부품이 어디서 오는가, 가공이 어디서 일어나는가, 누가 최종 고객에게 닿는가. 그 마디들 사이의 관계가 산업의 진짜 모습을 만든다.

30년간 수십 개 산업을 들여다봤다. 자동차, 조선,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금융. 산업은 다 달라 보였다. 그러나 가치사슬의 시각으로 보면 비슷한 패턴이 드러났다. 권력이 어디에 있는가. 마진이 어디서 발생하는가. 진입장벽이 어디에 서 있는가. 누가 누구에게 의존하는가. 이 질문들은 어느 산업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산업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AI 때문이다. 30년 만에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을 그리게 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단일 사슬이 아니다.

이 장의 목적은 그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것이다. 왜 단일 사슬로는 안 되는가부터 설명한다.


AI 시대의 산업을 단일 가치사슬로 그리는 것은 가능하다. 많은 보고서가 그렇게 한다. 데이터 → 학습 → 모델 → 응용. 이런 식으로 한 줄로 그린다. 깔끔하다.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AI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AI와 Physical AI는 다른 산업이다. 같은 GPU를 쓴다고 해서, 같은 트랜스포머 구조를 쓴다고 해서, 같은 가치사슬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와 자동차가 같은 엔진 원리를 쓴다고 해서 같은 산업에 속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지털 AI는 텍스트, 이미지, 코드, 영상을 다룬다. 데이터센터에서 일한다. HBM과 GPU에 의존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배포된다. 사용자는 화면 앞에 앉아 있다.

Physical AI는 다르다. 그것은 몸을 가진다.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한다. 엣지 컴퓨팅 칩에서 일한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한다. 실시간 처리가 생사를 가른다. 사용자는 화면 앞이 아니라 옆에 있다. 또는 그 안에 있다.

이 두 AI는 반도체에서도 다른 부분을 요구한다. 디지털 AI는 HBM, 대규모 데이터센터 GPU, 고대역폭 인터커넥트가 핵심이다. Physical AI는 SoC, MCU, 비전 처리 전용 칩, 모터 드라이버, 정밀 센서가 핵심이다. 같은 반도체 가치사슬을 공유하지만, 그 안에서 끌어다 쓰는 부분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 책의 가치사슬은 세 개다. 반도체, 디지털 AI, Physical AI. 그리고 이 셋은 서로 교차한다. 그 교차점에서 산업의 진짜 변혁이 일어난다.

이것이 매트릭스다.

1.1 가치사슬은 왜 사슬이 아니라 매트릭스가 되었는가

먼저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풀자. 왜 사슬이 아니라 매트릭스인가.

전통적인 가치사슬은 마이클 포터가 1985년에 정리한 개념이다1. 한 기업 내부에서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단계별로 그린 것이다. 원자재 조달, 생산, 유통, 마케팅, 서비스. 이 단계들이 일렬로 늘어선다. 각 단계가 가치를 더한다. 그래서 사슬이다.

이 개념은 1990년대에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한 기업 내부가 아니라 여러 국가와 여러 기업에 걸쳐 가치사슬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 밸류체인이다. 내가 1994년에 다룬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당시 한국 산업이 글로벌 사슬의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분석했다.

그 시절의 사슬은 비교적 단순했다. 한 산업은 한 사슬을 가졌다.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가치사슬을 따랐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가치사슬을 따랐다. 두 사슬은 서로 만났지만 별개로 그릴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디지털 산업은 여러 사슬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리고 그 사슬들이 서로 깊이 얽혀 있다. AI 한 가지를 보자. AI는 반도체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일부는 또 AI에 의존한다. 반도체 설계 자동화에 AI가 쓰이기 때문이다. 화살표가 한 방향이 아니다. 양방향이다. 이런 관계는 사슬로 그릴 수 없다.

그래서 매트릭스다. 행과 열에 서로 다른 사슬을 두고, 그 교차점에 무엇이 있는지를 본다. 한 셀이 한 산업의 한 부분이다. 어떤 셀은 비어 있다. 어떤 셀은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어떤 셀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어떤 셀은 누구도 손대지 못한 빈터다.

매트릭스로 보면 산업의 진짜 풍경이 드러난다.

이 책에서 사용할 매트릭스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축 1: 반도체 End-to-End 가치사슬. 소재부터 패키징까지. 이것이 토대다.

축 2: 디지털 AI 가치사슬. 데이터부터 응용 SaaS까지. 이것이 첫 번째 응용층이다.

축 3: Physical AI 가치사슬. 센서부터 휴머노이드까지. 이것이 두 번째 응용층이다.

이 세 축이 만나는 곳이 우리의 매트릭스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각 축이 어떤 모양인지 먼저 그려보자.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속한 산업을 단일 가치사슬로 그리려고 하면 어떤 부분이 안 그려지는가? 빠지는 화살표가 있다면, 그것은 어디로 가는가? 어쩌면 당신의 산업도 이미 매트릭스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사슬로 그리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1.2 반도체 가치사슬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도체는 AI 시대의 토대다. 토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위에 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먼저 반도체 가치사슬부터 끝에서 끝까지 그려본다.

반도체 가치사슬은 일곱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는 절대적이지 않다. 학자에 따라 다섯 단계로도 열 단계로도 그린다. 그러나 일곱 단계가 가장 직관적이다.

1단계. 소재와 화학재료.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식각액, 특수 가스.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한국에는 SK실트론이 있다. 일본에는 신에츠와 섬코, 대만에는 글로벌웨이퍼스가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회사들이 압도한다. 신에츠, JSR, TOK 같은 회사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규제했을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 이유다.

2단계. 전공정 장비. 노광기, 식각기, 증착기, 검사장비. 여기가 기술 권력의 정점이다. 노광기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한다. EUV 노광기는 ASML 외에 만드는 회사가 없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KLA,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다른 장비를 나눠 가진다. 한국에서도 세메스, 원익IPS 같은 회사가 일부 장비를 만든다. 그러나 핵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외국 의존도가 높다.

3단계. 설계. 팹리스 회사들의 영역이다. 미국의 NVIDIA, AMD, 퀄컴, 브로드컴, 애플. 영국의 ARM. 한국에는 LX세미콘, 텔레칩스, 실리콘웍스가 있다. 그러나 한국 팹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영향력이 작다. EDA 도구는 미국이 장악한다. 시놉시스, 케이던스, 멘토(지멘스 산하). 이 세 회사 없이는 반도체 설계가 불가능하다.

4단계. 제조 (파운드리).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실제로 만드는 곳이다. 대만 TSMC가 압도적이다. 글로벌 점유율 60% 이상. 그 뒤를 한국 삼성 파운드리가 따른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지만 아직 격차가 크다. 중국 SMIC는 미국 수출통제로 7나노 이하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5단계. 메모리. 한국이 강한 영역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그 뒤를 따른다. 그런데 AI 시대의 메모리는 단순한 D램이 아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선두를 잡았다. 삼성이 추격 중이다. NVIDIA의 H100, H200, B200 같은 AI 칩에 들어가는 HBM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 마이크론이 만든다. AI 호황의 가장 큰 수혜자가 한국 메모리 회사들인 이유다.

6단계. 후공정 (패키징과 테스트). 칩을 자르고, 포장하고, 검사하는 단계다. 과거에는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다르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이 새로운 격전지다. TSMC의 CoWoS, 인텔의 EMIB, 삼성의 X-Cube 같은 기술이 경쟁한다. AI 칩의 성능은 점점 패키징 기술에 좌우된다. 후공정 회사들이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7단계. 시스템 통합. 만들어진 칩이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단계다. 서버, PC,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시스템 회사들의 영역이다.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여기에 있다. 이 단계에서 칩의 최종 가치가 결정된다.

이 일곱 단계가 반도체의 End-to-End 가치사슬이다. 한 단계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단계에서 막히면 사슬 전체가 흔들린다. 2019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규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흔든 것은 1단계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의 대중국 EUV 수출통제가 중국 반도체를 흔든 것은 2단계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가치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 이 오래된 격언은 반도체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1.3 디지털 AI 가치사슬 — 데이터센터에서 SaaS까지

이제 두 번째 축이다. 디지털 AI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도달하는가.

디지털 AI 가치사슬도 일곱 단계로 그릴 수 있다.

1단계. 데이터 수집과 정제. 모든 AI의 출발점이다. 인터넷의 텍스트, 이미지, 영상, 코드. 이것을 모으고 정제하는 단계다. Common Crawl, LAION, 그리고 최근 등장한 합성 데이터 회사들이 여기에 있다. 데이터 고갈 문제가 이 단계에서 가장 첨예하다. 인터넷의 양질의 텍스트는 거의 다 학습되었다. 새로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큰 숙제다.

2단계. 학습 인프라. GPU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전력. 이 단계에서 NVIDIA가 절대적이다. CUDA 생태계가 해자다. 그러나 AMD MI300, 구글 TPU, AWS Trainium, 그리고 중국의 화웨이 Ascend가 도전한다. 데이터센터 입지도 중요해졌다. 전력이 풍부한 곳, 냉각이 쉬운 곳이 새 경쟁력이 되었다.

3단계. Foundation Model. OpenAI의 GPT, 앤트로픽의 Claude, 구글의 Gemini, 메타의 Llama, 중국의 Qwen과 DeepSeek. 이 모델들이 모든 응용의 토대다. Closed vs Open이라는 큰 논쟁이 있다. OpenAI와 앤트로픽은 폐쇄 모델로 간다. 메타와 중국 회사들은 오픈 모델로 간다. 어느 쪽이 이길지 아직 모른다. 둘 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4단계. Fine-tuning과 도메인 특화. Foundation Model을 특정 산업에 맞춰 조정하는 단계다. 의료 AI, 법률 AI, 금융 AI, 코딩 AI. 이 단계에서 도메인 데이터를 가진 회사들이 강해진다. Bloomberg가 BloombergGPT를 만든 것이 좋은 예다.

5단계. MLOps와 Agentic 미들웨어. 모델을 운영하는 도구다. LangChain, LangGraph, CrewAI, AutoGen, LlamaIndex 같은 프레임워크. Anthropic이 제안한 MCP(Model Context Protocol) 가 표준화의 시도로 주목받는다. 이 단계에서 한국 개발자들이 활발히 참여한다.

6단계. 응용 SaaS. 실제 사용자에게 닿는 서비스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Cursor, Notion AI, Microsoft Copilot, Google Workspace AI. 그리고 산업별 특화 서비스. 이 단계가 가장 가시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AI가 이 층에서 만들어진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진짜 권력은 그 아래 층에 있다.

7단계. Enterprise Agent 플랫폼. 2024년부터 폭발한 새로운 영역이다. Salesforce Agentforce, ServiceNow Now Assist, Microsoft Copilot Studio, Google Agentspace. 기업 안에서 여러 Agent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다. 이 시장이 향후 5년간 가장 빠르게 자랄 영역으로 꼽힌다.

이 일곱 단계가 디지털 AI의 가치사슬이다. 반도체 가치사슬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반도체는 물리적 사슬이다. 한 단계가 다른 단계의 결과물을 받아 가공한다. 디지털 AI는 일부 그렇지만 일부는 아니다. 데이터는 한 번 모으면 여러 모델 학습에 쓰인다. 같은 Foundation Model이 수많은 응용으로 갈라진다. 사슬보다는 나무에 가깝다.

이 차이가 산업의 가치 분배 방식을 다르게 만든다. 반도체는 각 단계가 독립적인 회사로 나뉜다. 디지털 AI는 한 회사가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가지려 한다. OpenAI가 그렇다. Foundation Model을 만들고, 그 위에 ChatGPT를 만들고, 그 위에 Enterprise를 만든다. 수직 통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다. 데이터센터부터 Copilot까지 다 가진다.

수직 통합이 강해지면 무엇이 일어나는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산업과의 관계도 바꾼다.

1.4 Physical AI 가치사슬 — 몸을 가진 지능

이제 세 번째 축이다. 가장 새로운 축이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변하는 축이다.

Physical AI는 몸을 가진 AI다. 화면 안의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산업로봇, 드론, 가정용 로봇. 이것들이 Physical AI의 응용이다.

Physical AI 가치사슬은 디지털 AI보다 더 복잡하다. 왜냐하면 하드웨어가 깊이 얽히기 때문이다. 단계는 이렇다.

1단계. 센서.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관성 측정 장치, 압력 센서, 토크 센서. 세계를 인지하는 도구다. 이 단계에서 일본 회사들이 강하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가 자율주행에 많이 쓰인다. 미국 벨로다인, 루미나가 라이다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에서 강점이 있다.

2단계. 액추에이터. 모터, 서보, 유압, 공압 시스템. 세계에 작용하는 도구다. 이 단계에서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가 절대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관절의 핵심 부품이다. 한국에서는 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 액추에이터를 만든다.

3단계. 엣지 컴퓨팅 칩. Physical AI는 클라우드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자율주행차가 클라우드에 신호 보내고 답을 기다리다가는 사고가 난다. 그래서 칩이 로봇이나 차량 안에 직접 들어간다. NVIDIA Jetson, Drive 시리즈가 이 영역의 대표다. 퀄컴, 인텔, 미디어텍, 그리고 중국 Horizon Robotics 같은 회사들이 도전한다.

4단계. 로보틱스 OS와 미들웨어. ROS(Robot Operating System), NVIDIA Isaac, 그리고 다양한 클로즈드 시스템들. 로봇이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토대다. 오픈소스 진영(ROS)과 상용 진영(NVIDIA, Apple)이 경쟁한다.

5단계. 시뮬레이션과 World Model. Physical AI의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다. 디지털 AI는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Physical AI는 그렇지 못하다.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며 학습하는 것은 너무 비싸고 위험하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이 필수다. NVIDIA Isaac Sim, Genesis, Webots, Unity ML-Agents 같은 시뮬레이터가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 World Model 논쟁이 등장한다. 얀 르쿤이 주장하는 노선이다. AI가 세계의 작동 원리를 학습한 후, 그 안에서 행동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것.

6단계. 응용 도메인.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산업로봇, 드론, 가정용 로봇. 각 도메인이 자기만의 작은 가치사슬을 가진다. 자율주행에서는 테슬라, Waymo, 중국 BYD와 Xpeng이 경쟁한다. 휴머노이드에서는 Figure, Tesla Optimus, 1X, Apptronik, Unitree, 그리고 한국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산업로봇에서는 일본의 화낙, 야스카와, 한국의 현대로보틱스. 가정용 로봇에서는 중국 회사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7단계. 데이터 수집과 학습 루프. 응용에서 모은 데이터로 다시 모델을 학습시키는 단계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에서 강한 이유가 여기 있다.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모은다. 휴머노이드 회사들도 같은 게임을 시작했다. Figure는 BMW 공장에서 데이터를 모은다. 중국 회사들은 자국 공장과 가정에서 데이터를 모은다.

이 일곱 단계가 Physical AI의 가치사슬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 가치사슬과의 다른 접점이다. 디지털 AI는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데이터센터 GPU와 HBM에 의존한다. Physical AI는 그렇지 않다. 엣지 컴퓨팅 칩, SoC, MCU, 센서 IC가 핵심이다. 같은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부분을 끌어다 쓴다.

이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호황이 어느 회사에 떨어지는가가 디지털 AI냐 Physical AI냐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 AI 호황이면 SK하이닉스의 HBM이 폭발한다. Physical AI 호황이면 NXP, ST마이크로, 인피니언 같은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회사들이 더 큰 수혜를 본다.

이 책의 매트릭스가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만약 지금 반도체 종목에 투자한다면, 디지털 AI 호황을 베팅하는 것인가, Physical AI 호황을 베팅하는 것인가? 그 둘이 다른 종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1.5 매트릭스의 첫 번째 그림

지금까지 세 개의 가치사슬을 따로 그렸다. 이제 그것들을 한 장의 매트릭스로 합친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이렇다. 가로축에 반도체 7단계를 놓는다. 세로축에 디지털 AI와 Physical AI를 합쳐 14단계를 놓는다. 그러면 7×14 셀이 만들어진다. 98개의 칸이다.

각 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산업의 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로 5단계(메모리)와 세로 2단계(디지털 AI 학습 인프라)가 만나는 칸은 HBM이 데이터센터 GPU에 들어가는 영역이다. SK하이닉스와 NVIDIA의 관계가 여기서 만들어진다.

또 다른 예. 가로 3단계(설계)와 세로 9단계(Physical AI 엣지 컴퓨팅 칩)가 만나는 칸은 NVIDIA Jetson, 퀄컴 Robotics RB 같은 제품이 위치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은 향후 5년간 가장 빠르게 클 영역 중 하나다.

매트릭스를 그리면 비어 있는 칸도 보인다. 빈 칸은 두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첫째, 그 영역에 산업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기회의 영역이다. 둘째, 구조적으로 형성될 수 없는 영역이다. 둘을 구분하는 것이 분석가의 일이다.

매트릭스로 보면 권력이 집중된 칸도 드러난다. 가로 2단계(전공정 장비)와 세로 1단계(디지털 AI 데이터 수집)가 만나는 영역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가로 2단계와 세로 2단계(학습 인프라)가 만나는 영역에는 ASML과 NVIDIA의 관계가 있다. EUV 노광기 없이는 NVIDIA의 최신 GPU를 만들 수 없다. 이 한 칸의 권력이 미국 대중국 수출통제의 중심에 있다.

매트릭스를 처음 그리면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산업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어느 칸이 비싸고, 어느 칸이 싸고, 어느 칸이 자라고, 어느 칸이 줄어드는가. 이것이 투자자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것이 산업 분석가의 시각이다.

이 책 전체에서 우리는 이 매트릭스를 계속 채워나갈 것이다. 한 장씩 한 칸씩 깊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출발점은 이 한 장의 그림이다.

1.6 1994년에서 2026년으로 —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한 것

이 장을 마치며 다시 1994년으로 돌아가보자. 30년 전 내가 글로벌 밸류체인 논문을 쓸 때, 산업의 풍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당시 한국은 반도체에서 막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동차에서 추격 중이었다. 조선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있었다. 디지털 산업이라는 개념도 거의 없었다. AI라는 단어는 학회에서나 쓰는 말이었다. 휴머노이드는 SF 영화에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산업은 여전히 사슬로 움직인다. 한 회사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부품이 어디서 오는가, 가공이 어디서 일어나는가, 누가 최종 고객에게 닿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똑같이 유효하다.

권력은 여전히 약한 고리에서 결정된다. 한국이 일본의 포토레지스트에 흔들렸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의 EUV 수출통제에 흔들리는 것처럼. 약한 고리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진다.

가치는 여전히 차별화된 단계에서 발생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단계, 대체할 수 없는 단계, 학습 곡선이 가파른 단계. 거기에 마진이 모인다. 이 원리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변한 것도 있다.

첫째, 사슬이 매트릭스가 되었다. 한 산업이 한 사슬을 따르지 않는다. 여러 사슬이 동시에 작동하고 서로 교차한다.

둘째, 권력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30년 전에는 한 산업의 권력 구도가 10년에 한 번 바뀌었다. 지금은 1년에도 몇 번씩 바뀐다. NVIDIA의 시가총액이 1년 만에 두 배가 되고, 6개월 만에 또 흔들린다.

셋째, 가치사슬에 비물질적 자산이 들어왔다. 데이터, 알고리즘, 사용자 피드백, 합성 데이터. 1994년에는 가치사슬 분석에서 이런 항목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넷째, 지정학이 산업의 일부가 되었다. 1994년에도 지정학은 있었다. 그러나 산업 분석의 부수적 요인이었다. 지금은 핵심 요인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중국의 자립화, 유럽의 AI Act, 한국의 K-Chips Act. 이런 것들이 가치사슬을 직접 재편한다.

이 책은 이 변화한 풍경을 그린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원리도 함께 따른다.

산업은 점이 아니라 사슬이다. 사슬이 모이면 매트릭스가 된다. 매트릭스를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산업의 진짜 모습을 본다.

이것이 1994년에 내가 배운 것이고, 2026년에 다시 적용하는 것이다.


1.7 30년의 논쟁이 매트릭스를 만든 길

이 장의 1.6에서 말했다. 1994년의 사슬이 2026년의 매트릭스가 되었다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고, 변한 것이 있다고.

그런데 그 변화가 저절로 일어난 게 아니다. 누가 만들었다. 미국 학자들 30년의 논쟁이 만들었다. 그 논쟁을 정리하지 않으면 매트릭스가 왜 지금 이 모양인지 알 수 없다.

프롤로그에서 세 사람을 소개했다. 캔터, 로드릭, 게마와트. 한 번 더 정리하자. 셋이 한 말이 매트릭스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첫 번째 사람 — 캔터: "세계는 하나가 된다"

캔터는 1995년에 말했다. 글로벌화는 좋은 것이다. 한국의 도시도, 미국의 도시도 다 글로벌 무대에 선다. 그 무대 위에서 세계급이 되라.[^8]

이 메시지가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정책을 만들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 사슬이 길어진다.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되어 간다.

한국이 그 흐름의 큰 수혜자였다. 한국 부품이 중국 공장에 들어갔다. 중국 공장의 완성품이 미국에 갔다. 한국이 그 사슬의 한 마디였다.

그러나 캔터의 메시지에는 빠진 게 있었다. 노동자다. 미국 공장이 중국으로 가면, 미국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캔터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사람 — 로드릭: "너무 멀리 갔다"

로드릭이 그 질문을 했다. 1997년 책에서. 그는 말했다. 글로벌화는 사회를 흔든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 정부가 사람들을 못 지킨다. 멈춰야 한다.[^9]

당시에는 소수 의견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그의 책을 읽었다. 1998년 국정연설에 그 내용을 반영했다.[^10] 그러나 정책은 별로 안 바뀌었다. 자유무역이 계속됐다.

로드릭은 2000년에 한 가지를 더 말했다. "트릴레마"라고 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글로벌화. 민주주의. 국민국가. 셋 중 둘만 고를 수 있다.[^11] 글로벌화를 끝까지 밀면 민주주의나 국민국가가 약해진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글로벌화를 늦춰야 한다. 그가 30년 전에 한 이 말이 지금 매우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세 번째 사람 — 게마와트: "그게 다 허풍이다"

게마와트는 좀 다르게 말했다. 두 사람 다 틀렸다고 했다. 글로벌화가 진짜 그렇게 깊은가? 데이터를 보라.

그가 든 예가 재미있다.[^12] 전 세계 전화 통화 중 국제 전화의 비율이 얼마인가? 답은 3 퍼센트다. 스카이프까지 합쳐도 5 퍼센트가 안 된다.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가? 약 10 퍼센트다. 이주민 비율은? 약 3 퍼센트다. 그가 보기에는 세계가 10 퍼센트만 글로벌해졌다. 90 퍼센트는 여전히 자기 나라 안이다.

그는 이걸 "반글로벌화(semi-globalization)"라고 불렀다. 그리고 더 강하게 말했다. 글로벌화가 끝까지 갔다는 얘기는 허풍이다. "글로벌로니"다.[^13]

2008년 — 모든 게 흔들렸다

세 사람의 논쟁이 그렇게 진행되던 중에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미국 은행들이 무너졌다. 글로벌 자본 이동이 멈췄다.

그러자 캔터의 낙관론이 약해졌다. 로드릭이 옳았다는 말이 늘었다. 같은 해 5월에 미국의 거물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14] 그는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이었다. 자유무역의 대변자였다. 그런데 2008년 5월에 그가 신문 기고에서 말했다. 글로벌화의 혜택이 골고루 안 돌아간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로드릭이 자기 블로그에 썼다. "주류가 드디어 우리 쪽으로 이동했다."[^15]

2009년 —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자기를 부정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1995년에 캔터가 글로벌화를 옹호한 그 학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두 교수가 정반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리 피사노와 윌리 시다. 두 사람은 2009년 7-8월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글을 실었다. 제목은 미국 경쟁력의 회복이다.[^16] 메시지가 충격적이었다.

미국이 공장을 해외로 보낸 것은 잘못이었다. 공장만 잃은 게 아니다. 그 옆에 있던 연구 능력도 잃었다. 기술자 풀도 잃었다. 학생들이 그 분야에 안 들어가게 됐다. 결국 미국이 첨단 제품을 만들 능력 자체를 잃었다.

이걸 그들은 **"산업 공유지(Industrial Commons)"**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중요하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올 단어다.

옛날 영국 마을에 공유 목초지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양을 키웠다. 그 풀밭이 사라지면 양도 사라진다. 산업도 같다. 한 산업에는 공유 마당이 있다. 공장, 부품 회사, 기술자 학교, 연구소. 이게 다 한 동네에 있을 때 작동한다. 공장이 떠나면 부품 회사가 떠난다. 부품 회사가 떠나면 기술자 학교가 망한다. 연구소도 같이 사라진다.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기 어렵다.

미국이 그 공유지를 잃었다. 한국이 지금 그것을 가지고 있다. 평택, 기흥, 용인이 한국의 반도체 공유지다. 이 책의 매트릭스에서 한국이 자리를 차지하는 셀이 거기에 있다.

피사노와 시의 메시지가 정확히 그래서 한국에게 중요하다.

2013년 — MIT가 데이터로 증명했다

그 다음 4년 뒤에 더 큰 일이 벌어졌다. MIT의 데이비드 오터, 데이비드 도른, 고든 핸슨. 이 세 경제학자가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논문을 냈다.[^17]

그들은 미국 지역별 데이터를 다 들여다봤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55 퍼센트가 중국 수입 때문이다. 절반 이상이다.

로드릭이 1997년에 한 말이 16년 뒤에 데이터로 증명됐다. 게마와트가 말한 "허풍"은 거기서 멈췄다. 글로벌화는 진짜였다. 그리고 진짜로 미국 노동자를 죽였다.

다만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오터 본인은 보호주의를 처방하지 않았다.[^18] 그는 말했다. 문제를 인정하자. 그러나 관세로 해결하지 말자. 노동자를 도와주자. 트럼프 정책의 토양이 됐지만, 오터 본인은 트럼프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2022년 — 또 다른 책: 글로벌화의 신화

2022년에 미국 외교협회의 섀넌 오닐이 책을 한 권 냈다. 제목은 글로벌화의 신화: 왜 지역이 중요한가다.[^19]

그녀가 한 말이 게마와트의 논제를 더 밀고 갔다. 세계가 글로벌화된 게 아니다. 사실은 지역화됐다. 북미 안에서 무역이 늘었다. 유럽 안에서 무역이 늘었다. 동아시아 안에서 무역이 늘었다. 그러나 대륙을 건너는 무역은 생각만큼 안 늘었다.

이 명제가 매트릭스의 모양을 결정한다. 글로벌 매트릭스가 아니다. 세 개의 지역 매트릭스다. 북미 매트릭스. 유럽 매트릭스. 동아시아 매트릭스. 그리고 거기에 중국이 따로 만드는 중국 매트릭스가 있다. 합치면 네 개다.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동아시아 매트릭스의 한 노드다. 그리고 북미 매트릭스에 발 하나를 걸쳤다. 그게 한국의 자리다.

30년 논쟁의 결론

자, 30년 논쟁을 한 줄로 정리하면 어떻게 되는가.

캔터가 말했다. 세계는 하나가 된다. 로드릭이 말했다. 너무 멀리 갔다. 멈춰야 한다. 게마와트가 말했다. 그게 다 허풍이다.

30년 뒤 어떻게 됐는가.

셋 다 부분적으로 옳았다.

세계는 하나가 됐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다. 게마와트가 옳았다. 10 퍼센트만 글로벌이고 90 퍼센트는 자기 나라 안이다.

그러나 그 10 퍼센트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했다. 그리고 그 10 퍼센트의 무역이 미국 노동자를 죽였다. 로드릭이 옳았다.

그러면 그게 캔터가 틀렸다는 뜻인가. 그것도 아니다. 한국 같은 나라는 그 10 퍼센트 안에 정확하게 자리잡았다. 그래서 세계급이 됐다. 캔터가 한국에 대해서는 옳았다.

세 가지 메시지가 합쳐져서 오늘의 매트릭스가 만들어졌다. 한 줄짜리 사슬이 아니다. 세 개의 지역 블록이 부분적으로 연결된 매트릭스다. 그 안에 한국이 들어가 있다. 메모리 셀에. 일부 소재 셀에.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피지컬 AI 셀의 일부에.

이 매트릭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 책의 나머지가 그린다. 그러나 출발점은 이것이다. 매트릭스는 30년 학자들의 논쟁이 만든 결과다. 자연 현상이 아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캔터, 로드릭, 게마와트. 세 사람의 말 중 당신이 가장 동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동의가 당신의 산업 분석이나 투자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다음 장에서는 매트릭스의 첫 번째 축인 반도체 가치사슬로 더 깊이 들어간다. 소재와 화학재료부터 시작한다. 가치사슬의 가장 보이지 않는 출발점, 그러나 가장 끊어지기 쉬운 고리부터 본다.


핵심 정리

산업은 점이 아니라 사슬이다. 한 회사의 성공은 그 회사가 속한 사슬 전체의 흐름이 만드는 결과다. 이 시각이 1994년 글로벌 밸류체인 분석의 핵심이었고,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AI 시대의 산업은 단일 사슬로 그릴 수 없다. 디지털 AI와 Physical AI는 다른 가치사슬을 가진다. 반도체에서 끌어다 쓰는 부분도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슬이 아니라 매트릭스로 봐야 한다.

이 책의 매트릭스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반도체 7단계, 디지털 AI 7단계, Physical AI 7단계. 이 세 축이 만나는 곳에 산업의 진짜 변혁 지점이 있다.

매트릭스의 빈 칸은 기회의 영역일 수도 있고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다. 둘을 구분하는 것이 분석가의 일이다. 매트릭스의 권력이 집중된 칸은 지정학의 중심이다.

30년 전 글로벌 밸류체인의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사슬이 매트릭스가 되었고, 권력 이동이 빨라졌고, 비물질적 자산이 들어왔고, 지정학이 핵심 요인이 되었다. 이 변화를 모르고 매트릭스를 읽으면 길을 잃는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당신이 속한 산업을 단일 가치사슬로 그릴 수 있는가, 아니면 이미 매트릭스가 되어 있는가? 매트릭스라면 그 축은 무엇인가?

질문 2. 디지털 AI 호황과 Physical AI 호황은 다른 종목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에 더 노출되어 있는가? 그것은 의도된 선택인가, 우연인가?

질문 3.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어디인가? 한국의 입장에서 그 고리는 기회인가, 위협인가?

질문 4. 매트릭스에서 빈 칸은 기회의 영역일 수도 있고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다. 당신이 보는 빈 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어디이며, 그것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 5. 30년 후에도 가치사슬 분석은 여전히 유효한 도구일까? 만약 그렇다면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이 또 변할 것인가?

더 깊이 탐구하기

마이클 포터, 「Competitive Advantage」 (1985). 가치사슬 개념을 정리한 고전.

게리 제레피와 티모시 스터전, 「Global Value Chain Analysis: A Primer」 (2011). 글로벌 밸류체인 분석의 표준 입문서.

Boston Consulting Group, 「The Global Semiconductor Value Chain」 시리즈 보고서. 반도체 가치사슬 분석의 정량적 근거.

NVIDIA, 「Annual Investor Day」 자료들. 디지털 AI와 Physical AI 가치사슬에 대한 가장 풍부한 1차 자료.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연례 보고서. 반도체 산업 글로벌 데이터.


다음 장에서 우리는 매트릭스의 첫 번째 축으로 들어간다. 반도체 가치사슬의 가장 보이지 않는 출발점, 소재와 화학재료. 거기서부터 우리는 하나하나 사슬의 마디를 풀어볼 것이다.

각주

Footnotes

  1. Michael E. Porter, Competitive Advantage: Creating and Sustaining Superior Performance (New York: Free Press, 1985). 가치사슬(value chain) 개념을 처음 체계화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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