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기계가 거래하는 경제 — 자율 상거래와 프로그래머블 머니
이 챕터를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AI 에이전트가 인간 없이 거래하는 경제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코즈의 기업 이론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2028년까지 AI 에이전트가 15조 달러 규모의 B2B 거래를 중개한다. 2030년까지 화폐 거래의 20%가 프로그래머블이 된다. "인간이 결정하고 기계가 실행하는" 시대에서 "기계가 결정하고 실행하는" 시대로 이행이 시작되었다.
Mastercard Agent Pay
2026년 6월, Mastercard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1]. 이름은 "Agent Pay for Machines"다.
이름이 말해준다. 기계를 위한 결제 시스템이다.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를 결정하고, 결제까지 한다. 인간은 사전에 규칙을 설정할 뿐이다. "월 50만 원 이하의 사무용품은 자동 구매해도 좋다." 에이전트가 나머지를 처리한다.
이것은 기존의 자동 결제와 다르다. 자동 결제는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날짜에 이체한다. 판단이 없다. Agent Pay는 다르다. 에이전트가 판단한다. 어떤 상품을, 어떤 공급업체에서, 어떤 가격에 살지를 결정한다.
Mastercard가 이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신호다. 세계 최대 결제 네트워크가 "기계 간 거래"를 공식 인프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율 상거래란 무엇인가
자율 상거래(Autonomous Commerce)는 AI 에이전트가 탐색, 비교, 협상, 구매, 결제를 인간 개입 없이 수행하는 경제 활동이다[2].
단계를 보자.
탐색. 에이전트가 수천 개 공급업체의 카탈로그를 동시에 검색한다. 비교. 가격, 납기, 품질 이력, 인증 여부를 자동 비교한다. 협상.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와 가격을 협상한다. 구매 에이전트가 판매 에이전트에게 견적을 요청한다. 구매. 조건이 맞으면 계약이 체결된다. 결제. Agent Pay가 자동으로 대금을 이체한다.
전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는 지점이 없다. 사전에 설정한 규칙과 예산 한도 내에서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가트너는 이렇게 전망한다. 2028년까지 AI 에이전트가 15조 달러 이상의 B2B 거래를 중개한다[3]. 15조 달러는 한국 GDP의 약 8배다.
프로그래머블 머니
거래가 자율화되면, 돈도 바뀌어야 한다.
가트너의 또 다른 예측이다. 2030년까지 화폐 거래의 20%가 프로그래머블1이 된다[4].
프로그래머블 머니란 무엇인가. 돈에 조건이 붙는 것이다.
"이 돈은 A 공급업체에게만 지불할 수 있다." "납품 확인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이체된다." "품질 검사 통과 시 전액, 불합격 시 70%만 지불한다."
스마트 계약2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이다. 인간의 승인이 필요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앞서 코즈가 정의한 거래비용의 세 요소 — 탐색, 협상, 감시 — 를 기억하자. 프로그래머블 머니는 감시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든다. 돈 자체가 계약 조건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납품이 안 되면 돈이 안 나간다. 감시할 필요가 없다.
Machine Economy
더 나아가면 Machine Economy가 온다.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와 거래한다. 인간이 양쪽 모두에 없다. 구매 에이전트가 판매 에이전트에게 주문한다. 물류 에이전트가 배송을 조율한다. 결제 에이전트가 대금을 정산한다.
분석가들은 자율 에이전트 경제가 2030년까지 30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5]. 이 중 10%만 에이전트 간 직접 거래(agent-to-agent commerce)가 되어도 수천억 달러 규모다.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나온다. 에이전트 간 거래에서 "화폐"는 무엇인가. 법정 화폐인가, 디지털 토큰인가, 스테이블코인3인가.
일부 분석가는 스테이블코인이 "기계의 화폐"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6]. 24시간 작동하고, 프로그래머블하고,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업무 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는 에이전트에게, 은행 영업시간에 제약받는 법정 화폐는 비효율적이다.
아직은 초기다.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
코즈에게 묻는다
다시 코즈로 돌아오자.
코즈의 질문은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였다. 답은 "거래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묻자. 거래비용이 0에 수렴하면, 기업은 필요한가?
자율 상거래가 보편화되면, 탐색 비용은 에이전트가 줄인다. 협상 비용은 에이전트 간 자동 협상이 줄인다. 감시 비용은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줄인다. 세 비용이 모두 극적으로 낮아진다.
코즈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의 존재 이유가 약해진다. 더 많은 활동을 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은 더 작아지거나, 형태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거래비용이 완전히 0이 되지는 않는다. AI 에이전트 자체의 조율 비용이 새로운 거래비용으로 등장한다. 윌리엄슨의 자산 특수성도 사라지지 않는다. CUDA 생태계에 대한 의존, 특정 클라우드에 대한 종속이 새로운 형태의 자산 특수성이다.
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변형된다.
2028년의 구매팀
2028년의 구매팀을 상상해 보자.
구매 담당자 5명이 있던 팀이 2명이 된다. 나머지는 에이전트가 대체한 것이 아니다. 역할이 바뀐 것이다. 2명은 더 이상 견적서를 비교하지 않는다. 에이전트의 판단을 감독한다. 에이전트가 놓치는 것 — 공급업체의 재무 건전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 관계의 전략적 가치 — 을 인간이 판단한다.
에이전트는 거래를 실행한다. 인간은 판단을 한다.
이것이 Part 2의 결론이다. 기업의 본질을 경제학으로 해부했다. 거래비용, 자산 특수성, 대리인 문제, 자율 상거래. 네 가지 렌즈로 봤다.
기업의 본질을 경제학으로 봤다. 이제 경제학의 다른 축을 본다. 의사결정이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결정하는가? 1957년, 한 사람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름은 허버트 사이먼이다.
References
[1] Mastercard, 'Mastercard Launches Agent Pay for Machines', 2026.06. https://www.mastercard.com/us/en/news-and-trends/press/2026/june/mastercard-launches-agent-pay-for-machines.html — AI 에이전트 전용 결제 인프라
[2] Antler, 'Agentic Commerce: Unleashing the Autonomous Economy', 2026. https://www.antler.co/blog/agentic-commerce-unleashing-the-autonomous-economy — 자율 상거래의 정의와 생태계 분석
[3] Gartner, 'AI Agents to Command $15 Trillion in B2B Purchases by 2028', 2025.11. https://www.digitalcommerce360.com/2025/11/28/gartner-ai-agents-15-trillion-in-b2b-purchases-by-2028/ — B2B 에이전트 상거래 규모 전망
[4] Gartner, '20% of Monetary Transactions Will Be Programmable by 2030', 2025. — 프로그래머블 머니 전망
[5] Antler, 'Autonomous Agent Economy to Reach $30 Trillion by 2030', 2026. — 자율 에이전트 경제 규모 전망
[6] Monad Blog, 'The Rise of the Machine Economy: How AI Agents and Stablecoins Will Reshape Finance', 2026. https://blog.monad.xyz/blog/rise-of-machine-economy — 스테이블코인이 "기계의 화폐"가 되는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