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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ights
에이전트 시대 Vol.1 경제

Vol. 1 · Chapter 20

제19장. 한국의 위치와 가능한 길

김정기 · JK2026년 8월 6일Vol 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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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한국의 위치와 가능한 길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매트릭스에서 한국이 어떤 셀을 차지하고 있는지, 구조적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략적 선택지가 무엇인지

도입: 강한 곳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강하다. 세계 메모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HBM에서 선두를 달린다. AI 호황의 최대 수혜국이다.

그런데 매트릭스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이 차지하는 셀은 생각보다 적다. 메모리와 일부 소재, 디스플레이. 이것이 거의 전부다. 매트릭스의 98개 셀 중 한국이 글로벌 톱3에 드는 셀은 열 개도 안 된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강한 곳은 매우 강하지만, 약한 곳이 너무 많다. 이 불균형을 인식하는 것이 전략의 출발점이다.

19.0 들어가며 — 한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19장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국이 어떻게 매트릭스의 지금 자리에 섰는지 한 번 짚자.

1.7에서 30년 미국 학자들의 논쟁을 정리했다. 캔터, 로드릭, 게마와트, 피사노-시, 오터, 오닐. 이 사람들의 논쟁이 미국 정책을 움직였다. 미국 정책이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했다. 그 재편의 결과로 한국이 지금 자리에 섰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은 그 자리를 노리고 만든 게 아니다. 운이 좋았다. 미국이 중국을 막기로 결정했을 때, 한국 메모리가 마침 거기에 있었다. 미국이 공장을 자기 나라로 가져가려 할 때, 한국이 마침 그런 공장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마침. 마침.

이 운이 영원하지 않다. 다음 30년에는 같은 운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19장이 중요하다. 한국이 지금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자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먼저 한국이 매트릭스에서 어떤 셀을 차지하고 있는지부터 본다.

19.1 한국의 매트릭스 포지션 — 강점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셀을 나열하자.

[메모리 × 학습 인프라] = HBM. SK하이닉스 1위, 삼성 2위. AI 시대에 가장 뜨거운 셀이다. 한국이 이 셀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실력이다.

[메모리 × 전반] = D램, 낸드. 삼성, SK하이닉스. 글로벌 점유율 50%+. 이것이 한국 반도체의 근간이다.

[소재 일부]. SK실트론(웨이퍼 15%), SK스페셜티(삼불화질소), 솔브레인(불화수소 국산화), 한솔케미칼(과산화수소, 프리커서), 동우화인켐(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

[시스템 통합 × 전반]. 삼성전자(스마트폰, 가전), 현대차(자동차). 최종 제품을 만드는 역량.

[제조(파운드리)]. 삼성 파운드리. 글로벌 2위이지만 TSMC와의 격차가 크다.

[Physical AI 하드웨어 일부]. 현대로보틱스, Boston Dynamics(현대차 소유), LG이노텍(카메라 모듈), 두산로보틱스.

19.2 한국의 매트릭스 포지션 — 약점

한국이 글로벌 존재감이 없거나 미미한 셀을 보자.

[설계/팹리스]. 한국의 팹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미하다. NVIDIA, AMD, 퀄컴, 브로드컴에 해당하는 한국 회사가 없다.

[EDA]. 전무. 시놉시스, 케이던스, 지멘스 EDA를 쓸 뿐이다.

[전공정 장비 핵심]. ASML, 어플라이드, 램 리서치에 해당하는 한국 회사가 없다. 세메스와 원익IPS는 범용 장비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가지지만, 핵심 장비(EUV 노광, 첨단 식각)는 아직 외국 의존이다. 주성엔지니어링(ALD/CVD 증착)이 틈새에서 성장하고 있다. 한미반도체(TC본더)는 패키징 장비에서 AI 수혜를 직접 받는 드문 한국 기업이다. 리노공업(테스트 소켓)은 세계 1위이지만 시장 규모가 작다.

[Foundation Model]. 네이버 HyperCLOVA X가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부족하다.

[학습 인프라/GPU]. 자체 AI 가속기 없음. NVIDIA에 완전히 의존.

[자율주행]. 현대차가 하고 있지만 테슬라, Waymo, 중국 회사 대비 뒤처진다.

[드론]. DJI(중국)에 완전히 밀린다.

[엣지 AI 칩]. 자체 칩이 없다. NVIDIA, 퀄컴에 의존.

19.3 구조적 강점과 구조적 약점

패턴이 보인다.

구조적 강점: 대규모 제조 역량(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하드웨어 양산에서 세계적 경쟁력. 빠른 실행(top-down 의사결정). 정부-기업 협력 체계.

구조적 약점: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생태계 형성 능력(개발자 커뮤니티). 기초 연구와 원천 기술. 글로벌 시장 직접 공략 경험(B2C). 데이터 규모(인구 5천만의 한계).

한국은 "만드는 것"에 강하고 "설계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약하다. 반도체에서 제조(파운드리, 메모리)는 잘하지만, 설계(팹리스)와 도구(EDA)는 못한다. AI에서 하드웨어(HBM)는 잘 만들지만, 모델과 소프트웨어는 뒤처진다.

이 패턴을 바꿀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5년 안에 바꾸기 어렵다. 생태계와 플랫폼은 수십 년의 축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실적 전략은 무엇인가.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한국은 하드웨어에 강하고 소프트웨어에 약하다"라는 진단이 반복된다. 20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20년간 바뀌지 않았다면, 이것은 바꿀 수 없는 구조적 특성인가? 아니면 바꾸지 않은 것인가?

19.4 전략 1: HBM·메모리 우위를 극대화한다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이미 강한 곳을 더 강하게 만든다.

HBM은 AI 시대에 핵심이다. 이 위치를 잃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HBM4, HBM5 세대에서도 기술 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PIM(Processing-in-Memory)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서도 선도해야 한다. 메모리 안에서 연산을 하는 PIM이 상용화되면 메모리 회사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

위험은 무엇인가. 중국이 메모리에 진입하는 것이다. CXMT(창신메모리)가 D램에 진입했다. 아직 기술 격차가 크지만, 10년 후는 모른다.

19.5 전략 2: Physical AI 하드웨어의 양산 기지

한국의 제조 역량을 Physical AI에 적용한다.

현대차 그룹(Boston Dynamics, 현대로보틱스)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와 산업로봇의 하드웨어를 대량 양산한다. 중국의 저가 전략과 경쟁하기보다, 중급~고급 세그먼트에서 품질로 차별화한다.

한국이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대규모 양산 역량을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시장이 열리기 전에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

19.6 전략 3: Agentic 미들웨어와 도메인 특화 AI

소프트웨어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Agentic 미들웨어와 도메인 특화 AI다.

Foundation Model에서 OpenAI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델을 활용해 특정 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도 할 수 있다.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것이 유망하다. 제조 현장의 도메인 지식 + AI 기술의 결합. 이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나도 이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다. 9장에서 소개한 밸류체인 분석 에이전트가 그것이다. 같은 접근을 제조, 금융, 의료에 적용할 수 있다.

19.7 전략 4: 인재와 생태계 투자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전략이다.

AI PhD를 10배로 늘린다. 해외 인재를 유치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운다. 대학-기업 연계를 강화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이 어렵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 이민 정책, 벤처 생태계, 노동 시장 구조가 모두 관련된다. 5년 안에 바뀌기 어렵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19.8 세 가지 시나리오 — 한국이 갈 수 있는 길

19.1부터 19.7까지 한국의 강점, 약점, 네 가지 전략을 다뤘다. 이제 그 전략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시나리오로 정리한다.

다음 5년에서 10년의 한국은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간다. 어느 길로 갈지는 한국의 선택과 미중 관계의 변화에 달려 있다.

시나리오 1: 산업 공유지가 깊어진다 (가능성 약 45 퍼센트)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지금의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간다.

HBM에서 SK하이닉스가 1위 자리를 지킨다. 삼성이 2등으로 따라붙는다. 두 회사가 HBM4, HBM5로 가면서 기술 격차를 유지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들어오지만 한국을 완전히 못 넘는다.

평택-기흥-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더 강해진다. 피사노와 시가 말한 "산업 공유지"가 한국에서 작동한다. 공장, 부품 회사, 장비 회사, 인력 학교가 한 동네에 모여 있다. 미국이 따라하기 어려운 생태계다.

피지컬 AI에서 현대차 그룹이 자리를 잡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이 2028년에 조지아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다.[^26] 한국이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양산 능력을 로봇에도 적용한다.

J.Insight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LLM과 한국 sovereign AI를 결합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를 만들어 한국 제조업에 공급한다. 포스코, 현대차, 삼성전자가 그 첫 고객이 된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HBM에서 기술 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피지컬 AI에서 양산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시나리오 2: 샌드위치에 끼인다 (가능성 약 35 퍼센트)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다. 그리고 양쪽으로부터 압박받는다.

미국 쪽에서는 reshoring이 진행된다. TSMC가 애리조나에서 2나노 공정을 시작한다.[^27] 미국 안에 첨단 공장이 생긴다. 한국이 미국에 공급하던 일부 메모리를 미국이 자기 안에서 해결한다. 한국의 매출이 줄어든다.

중국 쪽에서는 추격이 진행된다. 창신 메모리(CXMT)가 D램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28] SMIC가 7나노에서 5나노로 간다. 화웨이의 어센드 칩이 중국 시장을 가져간다. 한국이 중국에 팔던 메모리가 줄어든다.

이 두 압박이 동시에 오면 한국 메모리 회사들의 마진이 줄어든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에 따라잡지 못한다. 현재 50 퍼센트 수율 격차가 더 벌어진다.[^29]

피지컬 AI에서도 중국 회사가 저가로 시장을 가져간다. 가정용 로봇에서 한국이 자리를 잃는다.

이 시나리오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진행된다. 지금 추세를 그대로 두면 이 길로 간다.

시나리오 3: 지정학 충격이 온다 (가능성 약 20 퍼센트)

이 시나리오는 외부 충격이 한국의 운명을 바꾼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대만해협 위기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봉쇄한다. TSMC가 멈춘다. 글로벌 첨단 칩 공급이 끊어진다. 단기적으로 한국 삼성 파운드리에 거대한 기회가 온다. 모든 주문이 한국으로 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더 빠르게 reshoring을 가속화한다. 5년 뒤에는 미국이 첨단 칩을 자기 안에서 만든다. 한국의 매개 가치가 약해진다.

둘째, 미중 합의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큰 거래를 한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칩을 팔게 한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산다. 한국이 "패싱"된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받았던 혜택이 사라진다.

두 가능성 모두 한국에게 큰 충격이다. 첫 번째는 단기 기회 + 장기 위협. 두 번째는 단기와 장기 모두 위협.

이 시나리오를 피할 수는 없다.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다만 대비할 수는 있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한국 외교와 산업 정책의 핵심이다.

세 시나리오의 의미

세 시나리오를 합쳐서 보면 메시지가 명확하다.

시나리오 1로 가려면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시나리오 2로 간다. 시나리오 3은 한국이 통제할 수 없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가장 위험한 가정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운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세 시나리오 중 당신이 일하는 산업이나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핵심 정리

한국은 매트릭스에서 메모리/HBM에서 최상위 권력을 가지지만, 팹리스, EDA, Foundation Model, 자율주행, 엣지 AI 칩 등 대부분의 셀에서 글로벌 존재감이 미미하다.

구조적으로 "만드는 것"에 강하고 "설계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약하다. 이 패턴이 20년간 반복되고 있다.

현실적 전략은 네 가지다. (1) HBM/메모리 우위 극대화, (2) Physical AI 하드웨어 양산 기지, (3) Agentic 미들웨어와 도메인 특화 AI, (4) 인재와 생태계 장기 투자.

미중 사이 줄타기가 외교적 최대 과제이며, HBM이라는 카드가 한국의 협상력을 제공한다.

어떤 전략이든 속도가 핵심이다. 5년 안에 의미 있는 위치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소비자로 남을 수 있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한국이 팹리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 경로가 있는가?

질문 2. 현대차 그룹의 Boston Dynamics/로보틱스 투자가 한국 Physical AI 산업을 이끌 수 있는가? 필요한 추가 조건은?

질문 3. 한국의 제조 강점을 AI 소프트웨어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질문 4. 한국이 AI 인재를 유치하려면 이민 정책, 보상 수준, 연구 환경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질문 5. HBM 이후 한국 반도체의 다음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PIM? CXL? 파워 반도체?

더 깊이 탐구하기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연례 보고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정량적 현황.

산업연구원(KIET), 「한국 AI 산업 경쟁력 분석」. 한국 AI 산업의 글로벌 위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투자자 설명회 자료. HBM 전략과 투자 계획.

현대차 그룹 로보틱스 전략 발표. Physical AI 방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AI 전략 문서. 정부의 AI 정책 방향.


다음 장부터는 투자자의 시각으로 매트릭스를 읽는다. 매트릭스를 어떻게 투자 프레임워크로 전환하는가. 병목을 찾고, 사이클을 읽고, 타이밍을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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