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J.Insights
에이전트 시대 Vol.1 경제

Vol. 1 · Chapter 03

제2장. 소재·웨이퍼·화학재료 — 보이지 않는 출발점

김정기 · JK2026년 8월 6일Vol 1 · Chapter 03
Share

제2장. 소재·웨이퍼·화학재료 — 보이지 않는 출발점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반도체 가치사슬의 가장 아래층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왜 보이지 않는 재료가 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는지

도입: 2019년 7월의 교훈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했다. 한국에 대해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다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렸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빠졌다. 정부가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세계는 의아했다. 반도체 하면 NVIDIA, TSMC, 삼성을 떠올린다. 그런데 일본이 수출을 멈추겠다는 품목은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본 적도 없는 화학재료였다. 포토레지스트가 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사슬 전체를 흔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치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 반도체의 최종 제품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끊기면 공장이 멈춘다.

이 장에서 우리는 반도체 가치사슬의 가장 보이지 않는 출발점으로 내려간다. 소재, 웨이퍼, 화학재료. 화려하지 않다.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없이는 반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1 실리콘 웨이퍼 — 모든 것의 바닥

반도체는 실리콘 위에 세워진다. 문자 그대로다. 실리콘 웨이퍼가 모든 반도체 칩의 물리적 바닥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초고순도 실리콘 잉곳을 얇게 자른 원판이다. 순도는 99.999999999%, 일레븐 나인이라 부른다. 불순물이 1조 개 중 1개 이하여야 한다. 이 수준의 순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 다섯 곳 정도다.

일본의 신에츠화학과 섬코가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가 그 뒤를 따른다. 독일의 실트로닉, 그리고 한국의 SK실트론이 있다. SK실트론은 2017년 LG실트론을 SK가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글로벌 점유율은 약 15퍼센트다.

웨이퍼 시장의 특징은 과점이라는 것이다. 다섯 회사가 전체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한다.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다. 설비 투자에 수조 원이 필요하고, 기술 축적에 수십 년이 걸린다. 새로운 경쟁자가 갑자기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AI 시대에 웨이퍼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칩, HBM, 파워 반도체, 자동차용 반도체. 모두 웨이퍼 위에 만들어진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웨이퍼 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이유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안의 모든 칩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있다. 그 웨이퍼를 만드는 회사는 다섯 곳뿐이다. 이 사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2.2 포토레지스트 — 빛으로 그리는 회로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회로 패턴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감광성 화학물질이다. 빛을 쬐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특성을 이용한다.

작동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를 바른다. 그 위에 회로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를 놓고 빛을 쬔다. 빛이 닿은 부분의 포토레지스트가 변한다. 변한 부분을 씻어내면 회로 패턴이 남는다. 이 패턴을 따라 식각하면 실리콘 위에 회로가 새겨진다.

이 과정이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반복되어 하나의 칩이 만들어진다. 매번 다른 패턴의 마스크를 쓰고, 매번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매번 빛을 쬐고, 매번 식각한다.

포토레지스트의 품질이 반도체의 정밀도를 결정한다. 선폭이 3나노미터인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려면, 포토레지스트의 해상도가 그 수준을 지원해야 한다.

이 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JSR, 도쿄오카공업(TOK), 신에츠화학, 스미토모화학. 이 네 회사가 글로벌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더 집중되어 있다. 사실상 두세 회사만 만들 수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을 흔든 이유가 여기 있다. 대체 공급원이 거의 없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후 국산화에 나섰다. 동진쎄미켐, 영창케미칼 같은 회사들이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최첨단 EUV용 포토레지스트에서는 아직 일본 의존도가 높다.

2.3 특수 가스와 CMP 슬러리

반도체 공정에는 수십 종의 특수 가스가 쓰인다. 식각용 가스, 증착용 가스, 세정용 가스. 불화수소, 삼불화질소, 모노실란, 암모니아. 대부분 위험하고, 다루기 어렵고, 초고순도여야 한다.

한국에서 불화수소는 솔브레인과 후성이 만든다. 2019년 수출 규제 이후 국산화가 빨라졌다. 삼불화질소는 SK머티리얼즈(현 SK스페셜티)가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강한 몇 안 되는 소재 분야 중 하나다.

CMP 슬러리는 화학적 기계적 연마에 쓰이는 소재다. 웨이퍼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평탄하게 만든다. 미국 캐봇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일본 후지미, 한국 케이씨텍이 주요 플레이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비교적 경쟁력이 있다.

소재 시장에서 일본에만 주목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미국 소재 기업이다. **듀폰(DuPont)**은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CMP 패드, 세정 화학재료를 공급한다. 반도체 소재의 숨은 거인이다. **엔테그리스(Entegris)**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화학재료, 필터, 특수 용기를 만든다. 2022년에 CMP 슬러리 회사 CMC Materials를 인수해 소재 영역을 확장했다. 이 두 회사가 빠지면 미국이 반도체 소재에서 무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도 소재 공급망의 중요한 축이다. 수출통제의 도구가 장비뿐만이 아닌 이유다.

이런 소재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포토레지스트 전체 시장이 연간 20억 달러 정도다. NVIDIA의 분기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 없이는 NVIDIA의 칩을 만들 수 없다. 시장 규모와 전략적 중요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연간 20억 달러짜리 시장이 연간 수천억 달러짜리 산업의 병목이 될 수 있다. 이런 비대칭은 다른 산업에도 존재하는가? 당신의 산업에서 "작지만 대체 불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2.4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한국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했다. 정부가 5년간 5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했다.

성과가 있었다. 불화수소 국산화율이 크게 올랐다. 일부 포토레지스트에서 국산 제품이 양산 라인에 투입되었다. CMP 슬러리와 특수 가스에서도 국산화가 진전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최첨단 영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3나노 이하 공정에 필요한 초미세 소재들은 여전히 일본과 미국에 의존한다. 국산화율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국산 제품이 라인에 투입 가능하다"와 "국산 제품으로 100% 전환했다"는 다른 이야기다.

소부장 자립화에서 한국이 배운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위기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2019년 이전에도 소재 의존도 문제는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움직였다.

둘째, 자립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소재 기술은 5~10년의 축적이 필요하다. 돈을 투입한다고 바로 되지 않는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50년,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셋째, 완전한 자립은 비현실적이다. 글로벌 분업은 효율적이다. 모든 것을 자급하려는 것은 비용 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핵심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재에서 최소한의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시에 버틸 수 있는 수준의 자립이다.

2.5 AI 시대가 소재에 묻는 것

AI 시대는 반도체 소재 시장을 바꾸고 있다. 세 가지 변화가 보인다.

첫째, 수요가 폭발한다. AI 칩 생산이 늘면서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특수 가스 수요가 모두 증가한다. HBM 생산이 늘면서 TSV(관통 실리콘 비아) 관련 소재 수요도 급증한다.

둘째, 새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차세대 반도체에는 실리콘 외에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실리콘카바이드(SiC) 같은 화합물 반도체 소재가 쓰인다. 파워 반도체와 RF 반도체에서 이런 소재가 중요해지고 있다. Physical AI에 쓰이는 센서와 액추에이터도 새로운 소재를 요구한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일본의 수출 관리, 중국의 희토류 통제. 소재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 되었다. 기업과 국가가 공급망 다변화를 상시 과제로 삼아야 하는 시대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반도체 소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었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모든 것을 국산화"와 "모든 것을 분업"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은 어디인가?

2.6 보이지 않는 출발점의 교훈

이 장을 정리하자.

반도체 가치사슬의 첫 번째 단계는 소재와 화학재료다.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특수 가스, CMP 슬러리. 이것들은 시장 규모가 작고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것 없이는 반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단계의 특징은 극도의 과점이다. 소수의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다. 대체가 어렵다. 그래서 지정학적 무기가 된다.

한국은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부장 자립화를 추진했다. 성과가 있지만 최첨단 영역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완전한 자립보다 전략적 대체 공급원 확보가 현실적 목표다.

매트릭스에서 이 단계는 가장 아래에 있다. 가장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가 끊기면 위의 모든 층이 무너진다. 다음 장에서는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전공정 장비. 기술 권력의 정점이다.


핵심 정리

반도체 소재 시장은 극도의 과점 구조다. 실리콘 웨이퍼는 5개 회사가 90% 이상, 포토레지스트는 4개 회사가 80% 이상을 점유한다. 진입장벽이 높고 대체가 어렵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는 소재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시장 규모와 전략적 중요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는 성과가 있지만 최첨단 영역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완전한 자립보다 전략적 대체 공급원 확보가 현실적이다.

AI 시대에 소재 수요는 폭발하고,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었다.

가치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 소재는 가장 보이지 않지만 가장 끊어지기 쉬운 고리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당신이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의 소재 공급망을 알고 있는가? 핵심 소재가 어디서 오는지, 대체 공급원이 있는지?

질문 2. 소재 시장의 과점 구조는 소재 기업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그것에 의존하는 기업에게는 리스크다. 이 비대칭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

질문 3.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가 5년간 진행되었다. 성과는 있었지만 완전하지 않다. 앞으로 5년간 추가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질문 4. 화합물 반도체(GaN, SiC)가 AI 시대에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어떤 위치인가?

질문 5. 소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다면, 기업의 소재 조달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더 깊이 탐구하기

SEMI 「World Fab Forecast」 시리즈. 반도체 소재 수요 전망의 기준 자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부장 자립화 성과 보고서 (2024). 2019년 이후 한국의 소부장 자립화 진행 상황.

Chris Miller, 「칩 워」 (원제: Chip War, 2022). 반도체 공급망의 지정학적 의미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룬 책.

신에츠화학 Annual Report. 세계 최대 웨이퍼 기업의 사업 구조와 전략.

일본 경제산업성의 2019년 수출 규제 관련 문서. 소재가 지정학적 무기가 되는 과정의 1차 자료.


다음 장에서는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전공정 장비. ASML의 EUV 독점, 미국의 수출 통제, 장비가 기술 세대를 규정하는 세계.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가장 뜨거운 전쟁터로 간다.


Share

CC BY-NC-SA 4.0

프로젝트 논의

AI 전환 과제가 있다면, 진단부터 시작합니다.

Conta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