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허로 읽는 기업 전략
공급망에 GNN을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논문이 아니라 특허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지식을 공유한다. 특허는 지식을 독점한다. 특허를 낸다는 것은 이 기술로 돈을 벌겠다는 뜻이다.
PatSnap의 2026년 특허 분석에 따르면, GNN 공급망 관련 특허의 주요 출원 기업은 Siemens(3건), JPMorgan Chase(2건), Walmart Apollo(1건), Microsoft(4건), Daybreak AI(1건) 등이다[1]. 중국에서는 쓰촨대학교, 베이징공업대학교 등 대학 중심으로 출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허 기술은 네 개의 클러스터로 나뉜다. 디지털 트윈 구축, 관계 추론과 링크 예측, 리스크와 핵심 경로 식별, 시계열 예측이다[1]. 기업마다 집중하는 클러스터가 다르다. 이것이 곧 각 기업의 공급망 전략을 보여준다.
2. Siemens — 공장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한다
Siemens는 3건의 특허를 유럽(EP)과 국제(WO) 특허청에 출원했다. 모두 제조 공급망의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
첫 번째 특허는 공급망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 기업과 부품의 관계를 점과 선으로 구조화한 데이터베이스)에서 핵심 경로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GNN으로 각 공급업체 노드의 중요도를 점수로 매기고, 가장 취약한 경로를 식별한다.
주목할 점은 두 번째 특허다. 지식그래프를 텍스트로 변환한 뒤,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과 결합해 핵심 경로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기술이다[2]. "A 부품의 2차 공급업체 C가 단일 소스이며, 대체 공급원이 없다"는 식의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GNN과 LLM의 결합은 초기 단계지만, Siemens가 이미 특허로 선점하고 있다.
세 번째 특허는 다계층 공급업체의 리스크를 스코어링하는 모델이다. 1차 공급업체뿐 아니라 2차, 3차 하청까지 그래프로 연결해 위험도를 평가한다.
Siemens의 전략은 명확하다. 공장이 "어디가 위험한가"를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3. Walmart — 유통망 전체를 가상으로 복제한다
Walmart은 Walmart Apollo라는 법인명으로 2025년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1]. 이종 GNN(Heterogeneous GNN, 서로 다른 유형의 점과 선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그래프 신경망)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Walmart의 공급망은 거대하다. 수천 개의 공급업체, 수백 개의 물류센터, 수천 개의 매장이 연결되어 있다. 이 세 가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참여자다. 공급업체는 제조 역량으로 평가하고, 물류센터는 처리 용량으로, 매장은 판매 데이터로 판단한다. 이종 GNN은 이렇게 다른 유형의 참여자를 하나의 그래프에서 함께 분석할 수 있다.
Walmart은 이미 디지털 트윈을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특정 물류센터가 폐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운송 경로가 차단되면 어떤 매장이 영향을 받는지를 시뮬레이션한다[3]. 수요 예측에는 자체 개발한 다중 시점 순환 신경망을 사용하고 있다[4].
Gartner가 2023년 1월 공급망 리더 380명을 조사한 결과, 60%가 디지털 공급망 트윈을 시범 운영 중이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6]. Gartner는 2027년까지 대기업의 75%가 디지털 트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7].
4. JPMorgan — 돈을 빌려주기 전에 공급망을 읽는다
JPMorgan Chase는 2024년과 2026년에 미국 특허 2건을 출원했다[1]. GNN과 라플라시안 고유맵 임베딩(Laplacian Eigenmap Embedding, 그래프의 구조를 숫자 벡터로 변환하는 수학적 기법)을 활용해 공급망 안에서 경쟁 관계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왜 은행이 공급망 기술에 투자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빌려줄 때 그 기업이 속한 공급망의 건강 상태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에 대출을 검토한다고 하자. A의 재무제표는 좋다. 그러나 A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 B가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면, A의 미래 실적에도 위험이 있다. GNN은 이런 관계를 자동으로 파악한다.
JPMorgan은 별도로 JPEC(JPMorgan Proximity Embedding for Competitor Detection)라는 연구도 발표했다[5]. 2024년 ACM SIGIR 학회에 채택된 논문이다. 금융 지식그래프에서 경쟁사를 찾아내는 GNN 모델로, 노드의 1차 근접성과 2차 근접성을 핵심 특성과 함께 학습한다[5]. 방향이 있는 관계와 없는 관계, 속성을 가진 노드, 그리고 경쟁사 라벨이 희소한 상황을 함께 다루는 것이 기존 방식과의 차이다[5].
은행의 공급망 분석이 여신 심사의 일부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5. 나머지 기업들
Microsoft는 4건의 관련 특허를 미국, 국제, 인도 특허청에 출원했다[1]. 여러 AI 에이전트가 공급망 그래프 위에서 예측 상태를 공유하며 발주를 조율하는 기술이다. 멀티에이전트와 GNN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Daybreak AI는 2025년 미국 특허를 냈다. 각 노드(기업)의 수요, 출하 계획과 각 엣지(거래 관계)의 실제 출하량을 학습해, 출하 이벤트의 변동 확률을 예측하는 기술이다[1].
중국에서는 기업보다 대학이 주도하고 있다. 쓰촨대학교 2건, 베이징공업대학교 2건 등이 출원되었다[1].
6. 특허 지형이 말해주는 것
특허 출원 현황을 종합하면 세 가지가 보인다.
첫째, 산업별로 GNN의 쓸모가 다르다. 제조(Siemens)는 리스크 감지, 유통(Walmart)은 시뮬레이션, 금융(JPMorgan)은 신용 평가에 쓴다. 같은 기술이 다른 가치를 만든다.
둘째,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기업 특허는 미국(Walmart, JPMorgan, Microsoft, Daybreak AI)과 유럽(Siemens)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은 대학 중심이어서 상용화까지 거리가 있다.
셋째, GNN 단독이 아니라 융합 기술이 핵심이다. Siemens는 GNN+LLM, Microsoft는 GNN+멀티에이전트, Walmart은 이종 GNN+디지털 트윈을 결합하고 있다. 순수 GNN 특허는 거의 없다.
JK's Take
특허는 기업이 5년 후를 어디에 걸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Siemens는 공장의 자율 리스크 판단에, Walmart은 유통망 전체의 가상 복제에, JPMorgan은 금융 심사의 공급망 통합에 베팅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기업이 같은 기술(GNN)을 쓰면서도 서로 다른 문제를 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다. 어떤 문제에 적용하느냐가 경쟁력이다.
한국 기업의 특허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삼성, SK, 현대 같은 복잡한 공급망을 가진 기업이 이 기술을 선점하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석당하는 쪽"이 될 수 있다.
What to Watch
— Siemens의 GNN+LLM 결합 특허가 실제 제품으로 나오는 시점을 주목하라. 공급망 리스크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기술은 현장 도입의 문턱을 크게 낮출 것이다.
— Walmart의 이종 GNN 디지털 트윈이 어느 규모까지 작동하는지를 추적하라. 수천 개 매장 규모에서 실시간으로 돌아가는지가 이 기술의 실용성을 증명할 것이다.
— 이 시리즈의 3편에서는 GNN의 기술 아키텍처와 SupplyGraph 벤치마크의 실험 결과를 분석한다. 어떤 GNN 모델이 공급망의 어떤 과제에 가장 잘 맞는지, 숫자로 확인한다.
References
[1] PatSnap, "Graph Neural Network Supply Chain Prediction 2026", 2026. https://www.patsnap.com/resources/blog/rd-blog/graph-neural-network-supply-chain-prediction-2026/ — 특허 출원 기업, 건수, 기술 클러스터 분류의 출처다.
[2] Springer, "Critical Path Identification in Supply Chain Knowledge Graphs with Large Language Models", 2024.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3-031-78952-6_31 — Siemens 연구진이 발표한 학술 논문으로, GNN+LLM 결합의 학술적 근거다.
[3] Supply Chain Dive, "Walmart bets on AI and digital twins to shape its supply chain strategy", 2025. https://www.supplychaindive.com/news/walmart-bets-on-ai-and-digital-twins-to-shape-its-supply-chain-strategy/825163/ — Walmart의 디지털 트윈 실전 활용 사례다.
[4] Supply Chain Dive, "4 ways Walmart is scaling AI across its supply chain", 2024. https://www.supplychaindive.com/news/4-walmart-supply-chain-ai-uses/760891/ — Walmart의 다중 시점 수요 예측 신경망 등 AI 활용 사례다.
[5] "JPEC: A Novel Graph Neural Network for Competitor Retrieval in Financial Knowledge Graphs", SIGIR'24 채택, arXiv:2411.02692. https://arxiv.org/abs/2411.02692 — JPEC(JPMorgan Proximity Embedding for Competitor Detection)는 금융 지식그래프에서 경쟁사를 탐지하는 GNN 모델이다. 노드의 1차·2차 근접성과 주요 특성을 함께 학습하며, 방향성 유무가 섞인 관계·속성 노드·희소한 경쟁사 라벨을 처리한다.
[6] Chain Store Age, "Gartner: Full value of supply chain 'digital twins' goes unrecognized". https://chainstoreage.com/gartner-full-value-supply-chain-digital-twins-goes-unrecognized — Gartner가 2023년 1월 공급망 리더 380명을 조사한 결과, 60%가 디지털 공급망 트윈(DSCT)을 시범 운영 중이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7] Gartner, "Top Supply Chain Technology Trends for 2026", 2026-06-30. https://www.gartner.com/en/newsroom/press-releases/2026-06-30-gartner-identifies-top-supply-chain-technology-trends-for-2026 — 2027년까지 대기업의 75%가 디지털 트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 2026-09-07 업데이트: 두 가지를 바로잡았다. ① "포춘 500대 기업 공급망 리더 68%가 디지털 트윈 시범·배포(2021년 29%)"라는 수치는 원 출처에서 확인되지 않아, Gartner가 2023년 1월 공급망 리더 380명을 조사한 60%(시범 운영 중이거나 도입 계획)와 2027년 대기업 75% 전망으로 교체했다[6][7]. ② JPEC의 기법을 "GCN 오토인코더"로 서술했으나 논문 초록에 해당 표현이 없어, 논문이 실제 기술한 1차·2차 노드 근접성 학습으로 수정했다[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