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비타스 아겐티아 1권 — 인간

09 · Vol 1

제8장. 모르는 것을 모른다 — 인간만이 질문을 만든다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왜 답하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지, 그리고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도입: 럼스펠드의 사분면

2002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있다. 당시에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지금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인식론적 통찰이다.

"알려진 기지(known knowns)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들.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가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가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

이 분류가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AI는 알려진 기지에서 압도적이다. 이미 알려진 것을 정리하고, 검색하고, 요약하는 데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AI는 알려진 미지에서도 강해지고 있다. "우리가 아직 모르지만 물어볼 수 있는 것"에 대해 답을 찾는 능력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에서는 AI가 무력하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는 주어진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 아직 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할 수 없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 이것이 인간의 가장 독특한 인지 능력일 수 있다.

8.1 AI는 답의 기계다

1장에서 봤다. AI의 본질은 예측이다. 주어진 입력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출력을 만들어내는 것. 질문이 들어오면 답을 예측한다. 텍스트의 앞부분이 주어지면 뒷부분을 예측한다.

이 구조에서 핵심적인 제약이 있다. AI는 질문이 주어져야 작동한다. 아무도 묻지 않으면 AI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물론 최근의 에이전트형 AI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목표도 인간이 설정한 상위 목표에서 파생된 것이다. 근본적으로 질문 없이 작동하는 AI는 없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AI의 가치는 질문의 질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AI는 놀라운 답을 준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AI는 정교하게 잘못된 답을 준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오래된 원칙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는 "Bad question in, eloquent wrong answer out"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기술. 이것이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질문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AI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을 돌아보자.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는가? 더 좋은 질문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 질문을 바꾸면 답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8.2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

좋은 질문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좋은 질문은 전제를 의심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는 나쁜 질문이 아니다. 그러나 더 좋은 질문이 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우리가 측정하는 만족도가 진짜 고객의 만족을 반영하는가?" 전제를 의심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지형이 열린다.

AI는 전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물어본 것에 답할 뿐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 10가지"를 요청하면 10가지를 준다. 그 전제가 잘못되었는지는 물어보지 않는 한 말하지 않는다.

둘째, 좋은 질문은 연결을 만든다.

다른 분야의 개념을 가져와 현재 문제에 적용하는 것. "진화생물학의 적응 방사를 기업의 다각화 전략에 적용하면 어떤 통찰이 나올까?" 이런 질문은 기존 지식의 새로운 조합을 만든다. 이것이 창의적 질문이다.

AI도 이런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 연결을 요청했을 때 실행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이 두 가지를 연결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셋째, 좋은 질문은 불편하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종종 우리가 피하고 싶은 질문이다. "이 사업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 "내가 틀렸을 가능성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10년 후에도 의미 있을까?" 이런 질문은 불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그러나 묻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AI에게 불편한 질문은 없다. AI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이 AI의 한계다. AI는 질문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질문이 왜 중요한지 모른다.

8.3 질문의 역사

인류의 지적 전환점에는 항상 좋은 질문이 있었다.

뉴턴은 "사과는 왜 떨어지는가?"를 물었다. 이전에도 사과는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왜"를 묻지 않았다. 물은 순간, 중력이라는 개념이 태어났다.

다윈은 "종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를 물었다. 갈라파고스의 핀치새를 보면서. 그 질문이 진화론을 낳았다.

아인슈타인은 "빛을 타고 달리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를 물었다. 16살 때. 그 질문이 특수상대성이론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병철 회장이 "한국에서 반도체를 할 수 있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질문이 삼성 반도체를 만들었다. 정주영 회장이 "배를 만들어본 적 없는 나라에서 조선소를 지을 수 있는가?"를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그 시점에 아무도 묻지 않던 것을 물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것을 의심했다는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을 가능한지 물었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기존 데이터의 패턴에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AI에서 나올 수 없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분야에서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은 무엇인가? 왜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을 던지면 무엇이 바뀔까?

8.4 소크라테스의 방법

질문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그는 아테네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용기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답이 모순에 빠졌다. 소크라테스는 또 물었다. 결국 답한 사람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 것을 실제로는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크라테스의 방법은 질문을 통해 무지를 자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각이 진짜 앎의 시작이었다.

이것을 AI에 적용해보자. AI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으면, AI는 매끄러운 답을 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롤스, 센을 인용하며 정리해준다. 잘 정리되어 있다. 정확하다. 그러나 거기에 소크라테스적 자각은 없다. "내가 정의에 대해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은 없다. 왜냐하면 AI는 모르는 것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모르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 불편함이 질문을 만든다. 그리고 질문이 앎을 만든다.

8.5 AI 시대 "질문의 인플레이션" 현상

AI가 답을 잘할수록, 역설적인 일이 벌어진다. 질문이 너무 쉬워진다. 아무 질문이나 던져도 그럴듯한 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이 묻는다. 그러나 더 깊이 묻지는 않는다.

이것을 질문의 인플레이션이라 부르고 싶다. 화폐의 인플레이션처럼, 질문의 양은 늘어나지만 질문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거 요약해줘", "이거 번역해줘", "이거 정리해줘" — 이런 질문은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인간에게 맡기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매일 수십 번 한다. 질문의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사라지면서 질문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AI에게 "좋은 사업 아이디어 하나 알려줘"라고 묻는 것과 "한국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 Physical AI의 진입 가능성을 5가지 변수로 분석해줘"라고 묻는 것은 다른 종류의 질문이다. 전자는 AI도 할 수 있다. 후자는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에 진짜 희소한 것은 답이 아니다. 좋은 질문이다.

8.6 AI 시대의 질문 능력

AI가 답을 잘할수록, 인간의 질문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비유를 하나 들겠다. AI는 매우 강력한 망원경이다. 어디를 보든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어디를 볼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잘못된 방향을 보면, 아무리 선명해도 의미가 없다. 올바른 방향을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AI를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훨씬 중요하다. 어떻게는 AI가 도와줄 수 있다. 어디에를 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답을 가르쳤다. 정해진 질문에 정해진 답을 하는 능력을 훈련시켰다. AI 시대의 교육은 질문을 가르쳐야 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전제를 의심하는 능력,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능력.

이것은 12장 "AI 시대의 공부와 일"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룬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학교 교육에서 "질문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는가? 없다면, 왜 없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교육을 설계한다면, 질문 능력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8.7 질문하는 존재

이 장을 맺으며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인간을 정의하는 방법은 많다.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 만드는 사람. 호모 루덴스, 노는 사람. 나는 AI 시대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호모 쿼렌스. 묻는 사람.

AI는 답한다. 인간은 묻는다. AI는 주어진 문제를 푼다. 인간은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다. AI는 기존 패턴 안에서 최적을 찾는다. 인간은 패턴 밖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묻는다.

이 능력이 인간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AI도 언젠가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AI에게도, 세상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이 장으로 2부가 끝난다. 인간만이 가진 것을 봤다. 경험, 체화된 인지, 지혜, 그리고 질문하는 능력. 다음 3부에서는 질문을 바꾼다. AI가 대리인이 되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되는가.

핵심 정리

럼스펠드의 분류에서 AI는 알려진 기지와 알려진 미지에서 강하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 즉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의 영역에서는 무력하다.

AI는 질문이 주어져야 작동하는 답의 기계다. AI의 가치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의 질에 달려 있다.

좋은 질문은 전제를 의심하고, 분야 간 연결을 만들고,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이런 질문은 기존 데이터의 패턴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류의 지적 전환점에는 항상 좋은 질문이 있었다.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이병철, 정주영 모두 당시에 아무도 묻지 않던 질문을 물었다.

AI 시대의 교육은 답을 가르치는 것에서 질문을 가르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당신의 직업에서 "답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가? 5년 후에는 그 비율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질문 2. 럼스펠드의 세 범주 중,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범주는 어디인가? 알려지지 않은 미지를 탐색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는가?

질문 3.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당신의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가? 팀 회의에서 "당연히 맞다"고 여기는 것에 "왜?"를 물어본 적이 최근에 있는가?

질문 4. AI에게 더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은 무엇인가? 프롬프트의 질을 높이는 것이 당신의 생산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질문 5. "호모 쿼렌스 — 묻는 사람"이라는 정의에 동의하는가? 인간을 정의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더 깊이 탐구하기

플라톤, 「메논」. 소크라테스의 질문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화편. 무지의 자각에서 앎이 시작된다.

워런 버거, 「A More Beautiful Question」 (2014). 질문의 힘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 혁신이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사례 분석.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1997). "왜 성공한 기업이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이 만든 경영학의 전환점.

이사야 벌린, 「고슴도치와 여우」 (1953). 한 가지 큰 질문에 집중하는 사고와 여러 질문을 넓게 보는 사고의 차이.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2012). 과학의 원동력은 지식이 아니라 무지라는 역설적 주장.

여기까지가 2부 "인간만이 가진 것"이다. 경험, 체화된 인지, 지혜, 질문 능력. 이것들이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자산이다. 3부에서는 시선을 바꾼다. AI가 도구에서 대리인으로 바뀌는 시대, 인간은 이 대리인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