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왜 정보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모르는 기분이 드는지, 읽기·쓰기·검색·정리 각각에서 Agent가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하는지, 그리고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 Agent를 쓰는 설계 원칙이 무엇인지*
도입: 탭 서른두 개의 오후
2024년 어느 오후, 나는 보고서 하나를 쓰고 있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관한 것이었다. 브라우저에 탭이 서른두 개 열려 있었다. TSMC 실적 발표 자료, 블룸버그 기사 세 개,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학술 논문 두 편, 위키피디아 항목 네 개, 그리고 언제 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탭들.
자료는 충분했다. 아니, 넘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쓸 수가 없었다.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었다. 자료를 더 찾으면 나아질까 싶어 또 검색했다. 탭이 서른다섯 개가 되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었다. 문제는 내 머릿속에 구조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른두 개의 조각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꿰는 실이 없었다. 실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자료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탭을 전부 닫았다. 빈 문서를 열었다. 1994년 매일경제신문 글로벌 가치사슬 논문 공모 이래 이 산업을 봐온 내 경험에서 떠오르는 것부터 썼다. 그 뒤에 자료를 하나씩 불러와 확인했다. 순서를 바꾸니 글이 흘렀다.
이 경험은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정보 시대의 핵심 역설이 들어 있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정보는 구조 안에 있을 때만 좋다. 구조 없는 정보는 소음이다. 소음이 많아지면 신호가 묻힌다.
정보와 지식 Agent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정보를 더 많이 모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구조 안에 정보를 배치해주는 것이다.
3.1 정보 과잉의 역설 — 더 많이 알수록 더 모른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25년 기준, 하루에 생산되는 데이터는 약 400엑사바이트다. 이것은 미국 의회 도서관 전체 장서의 수천만 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더 불안해한다. "나만 모르는 것 같다"는 감각이 확산된다.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다.
허버트 사이먼이 1971년에 이미 이것을 말했다[^1]. "정보의 풍요는 주의력의 빈곤을 낳는다." 반세기 전의 말인데 지금 더 정확하다. 정보가 넘치면 주의력이 분산된다. 주의력이 분산되면 깊이가 사라진다. 깊이가 사라지면 판단이 흔들린다. 판단이 흔들리면 더 많은 정보를 찾는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자기만의 필터를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읽고 무엇을 안 읽을지를 정하는 기준. 이것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좋은 말이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어렵다.
둘째, 필터링을 도와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이 정보 Agent의 자리다.
네이버 뉴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미 필터 역할을 한다. 유튜브 추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필터들은 내 판단을 돕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내 시선을 붙잡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목적이 다르다. 목적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플랫폼의 필터는 나를 더 오래 머물게 한다. 좋은 Agent의 필터는 나를 빨리 떠나게 한다. 필요한 것을 찾았으면 닫으라고 말해야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정보 Agent 설계의 출발점이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매일 소비하는 정보 중에서, 진짜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준 정보는 몇 퍼센트인가? 나머지는 왜 읽었는가?
3.2 읽기 Agent — 요약의 편리함, 깊이의 상실
읽기는 정보 활동의 출발이다. 그리고 AI가 가장 먼저 들어온 영역이다.
ChatGPT에게 긴 문서를 던지고 "요약해줘"라고 말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Claude도, Perplexity도 이 일을 잘한다. 수십 페이지의 보고서를 한 단락으로 줄여준다. 논문의 핵심 주장을 세 문장으로 뽑아준다. 놀라운 능력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있다. 요약을 읽는 것과 원문을 읽는 것은 같은 행위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요약은 결론을 준다. 원문은 과정을 준다. 과정을 따라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저자가 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어디서 논리가 꺾이는지, 어떤 전제가 숨어 있는지. 이런 것은 요약에 나오지 않는다.
비유를 하나 들겠다. 누군가가 백두산에 다녀와서 사진을 보여준다. 정상의 천지 사진이다. 아름답다. 그러나 직접 올라간 사람만이 아는 것이 있다. 중턱의 바람, 다리의 떨림, 마지막 능선을 넘을 때의 숨소리. 요약은 천지 사진이다. 원문은 등산이다.
그렇다고 모든 글을 원문으로 읽을 수는 없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읽기 Agent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분류를 한다. 이 글이 요약으로 충분한 글인지, 원문을 읽어야 하는 글인지를 판단해준다. 모든 글이 같은 무게는 아니다. 열 편의 기사 중 원문이 필요한 것은 두세 편이다. Agent가 그 두세 편을 골라준다.
둘째, 깊이 읽기를 돕는다. 원문을 읽을 때 핵심 논증 구조를 시각화해주거나, 모르는 용어를 설명해주거나, 관련 배경 자료를 연결해준다. 요약이 아니라 독해 보조다.
해외에서는 Readwise Reader가 이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읽은 글의 하이라이트를 모아주고, AI가 연결점을 찾아준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수준의 서비스가 많지 않다. 네이버 클로바 노트가 회의록과 음성 기반에서는 읽기 보조 기능을 시도하고 있지만, 텍스트 기반 깊이 읽기 Agent는 아직 빈자리다.
이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어 텍스트에 특화된 읽기 Agent, 한국의 뉴스와 보고서 생태계를 이해하는 Agent는 아직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최근 한 달간 당신이 AI로 요약해 읽은 글 중에서, 원문을 직접 읽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글이 있는가?
3.3 쓰기 Agent — 빈 페이지의 해방, 자기 목소리의 위험
쓰기는 읽기의 반대 방향이다.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온 것을 다시 안에서 밖으로 보내는 행위다.
ChatGPT가 대중화된 이후, 글쓰기의 풍경이 바뀌었다. 보고서 초안을 AI에게 맡기는 직장인이 늘었다. 이메일 작성, 기획서 골격 잡기, 발표 자료 초안. 이 모든 것이 5분이면 된다. 빈 페이지의 공포가 사라졌다. 이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를 걱정한다.
2024년 말, 나는 한 대기업의 전략 기획팀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팀원 여섯 명이 각자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했다. 놀라운 점이 있었다. 여섯 개의 보고서가 비슷했다. 문장의 리듬이 비슷했고, 논리 전개 방식이 비슷했고, 심지어 자주 쓰는 표현이 비슷했다. "~에 기반하여", "~를 고려할 때", "~의 관점에서". AI가 만들어준 초안을 기반으로 작업하다 보니, 여섯 명의 고유한 시각이 모두 평균으로 수렴한 것이다.
AI의 초안은 평균이다. 평균은 안전하다.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평균에서 출발하면 평균에서 끝나기 쉽다. 자기 목소리가 사라진다.
좋은 쓰기 Agent는 이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 어떻게?
첫째, 구조와 내용을 분리한다. Agent가 잘하는 것은 구조를 잡아주는 일이다. 아웃라인, 논증 흐름, 빠진 논점 찾기. 이것은 맡겨도 된다. 그러나 핵심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표현은 사용자 자신이 써야 한다. 좋은 Agent는 이 경계를 분명히 한다.
둘째, 사용자의 과거 글에서 배운다. 사용자가 평소 어떤 어투를 쓰는지, 어떤 표현을 선호하는지, 문장 길이가 어떤지를 학습한다. 그래서 초안을 만들 때 평균이 아니라 그 사람의 스타일에 가깝게 만든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하다. 파인튜닝이나 RAG로 사용자의 기존 글을 참조하면 된다.
셋째, 되물어본다. "이 문장에서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 좋은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끌어내주는 것이다. Notion AI의 일부 기능이 이 방향을 시도하고 있다. "더 간결하게", "톤을 바꿔" 같은 명령 외에 "핵심 주장을 먼저 써보라"는 유도형 프롬프트가 그것이다.
이 책을 쓰는 나도 이 함정을 늘 의식한다. AI를 쓴다. 구조를 잡을 때, 사례를 찾을 때, 초안의 빈칸을 채울 때 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장은 직접 쓴다. 왜냐하면 그 문장이 내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잃으면 책을 쓸 이유가 없다.
3.4 검색 Agent — 질문이 바뀌면 답이 바뀐다
검색은 정보 활동의 중심축이다. 모르는 것을 찾는 행위. 그러나 검색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구글 검색의 시대는 키워드의 시대였다. 정확한 키워드를 알아야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시장규모 2024"처럼 구체적으로 넣어야 했다. 이것은 기술이었다. 검색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격차가 컸다.
AI 검색은 다르다. 의도를 이해한다. "반도체 후공정에서 어드밴스드 패키징이 왜 중요해졌는지 알고 싶다"고 자연어로 물어도 된다. Perplexity가 이 방식의 선두 주자다. 질문을 이해하고, 여러 출처를 종합하고, 답변을 구성하고, 출처를 표시한다. 구글의 AI Overview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좋은 변화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환각이다.
AI 검색은 틀린 답을 자신 있게 말한다. 출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출처가 없거나, 출처의 내용과 답변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것은 구글 검색에서는 없던 문제다. 구글은 링크를 줄 뿐이다. 판단은 사용자가 한다. AI 검색은 판단까지 해준다. 그 판단이 틀리면 위험하다.
2023년에 한 미국 변호사가 법정 서류에 ChatGPT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인용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AI가 만들어냈고, 변호사는 검증 없이 그대로 썼다. 이것은 극단적 사례지만, 작은 버전의 이 문제는 매일 일어난다.
그래서 좋은 검색 Agent는 세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출처를 반드시 보여준다. 답변과 함께 원본 링크를 제시한다.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원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Perplexity가 이 점에서 다른 서비스보다 앞선다.
둘째, 확신도를 표시한다. 확실한 사실과 추론을 구분해서 말한다. "이것은 확인된 사실이다"와 "이것은 여러 정보를 종합한 추론이다"는 다르다. 사용자가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
셋째, 무엇을 모르는지 말한다. 좋은 검색 Agent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척하는 것보다 낫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AI 검색을 도입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네이버의 큐:(Cue:)는 한국어 맥락에서 AI 검색을 시도하는 서비스다. 한국어 정보 생태계는 영어권과 다르다. 네이버 블로그, 카페, 지식iN의 비정형 정보가 많다. 이 환경에서 AI 검색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아직 실험 중이다.
검색 Agent에 대해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RAG, 즉 검색 증강 생성이라는 기술이다. RAG는 AI가 답변을 만들 때, 먼저 관련 문서를 검색하고 그 문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환각을 줄이는 핵심 기술이다. 내가 운영하는 나의 시스템에서도 ArangoDB 기반 GraphRAG와 pgvector를 결합한 검색 시스템을 쓰고 있다. 기업 정보, 산업 데이터, 뉴스를 그래프 구조로 연결하고, 질문에 대해 관련 노드를 검색한 뒤 답변을 생성한다. 이런 구조는 단순 키워드 검색이 놓치는 맥락을 잡아낸다.
RAG의 자세한 구조는 이 책의 4부에서 다룬다. 여기서는 한 가지만 기억하자. 검색 Agent의 품질은 검색 대상의 품질에 달려 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좋은 검색 Agent를 만들려면 좋은 지식 베이스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AI가 제공한 검색 결과를 얼마나 자주 검증하는가? 검증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시간 부족인가, 신뢰인가, 무관심인가?
3.5 개인 지식 관리 — 제2의 뇌는 가능한가
정보를 읽고, 쓰고, 검색하는 것의 종착역은 결국 하나다.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가. 이것이 개인 지식 관리, 흔히 PKM이라 부르는 영역이다.
PKM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1960년대부터 색인 카드 시스템, 이른바 제텔카스텐을 운영했다. 수만 장의 카드에 아이디어를 적고, 카드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으로 그는 평생 70권의 책과 4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그의 생산성의 비밀은 기억력이 아니었다. 시스템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루만의 후계자들이 나타났다. Obsidian과 Roam Research가 대표적이다. 이 도구들은 노트 사이의 링크를 만들어 지식의 그래프를 구축한다. Notion은 더 넓은 사용자층에게 데이터베이스와 문서 관리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Obsidian과 Notion 사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그런데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Notion AI는 2023년부터 문서 내 AI 기능을 넣었다. 요약, 번역, 초안 생성 같은 것이다. 유용하다. 그러나 이것은 PKM의 핵심이 아니다. PKM의 핵심은 연결이다. 서로 떨어져 있는 아이디어가 만날 때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루만의 제텔카스텐이 강력했던 이유도 바로 연결 때문이었다.
AI가 진짜 PKM을 바꿀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연결이다.
상상해보자. 내가 3년 동안 모은 노트가 2,000개 있다. 그 안에는 반도체 산업 분석, 경영 전략 메모, 독서 노트, 회의 기록, 개인적 성찰이 뒤섞여 있다. 나는 이 노트들의 존재를 절반쯤 잊었다. 새로운 글을 쓸 때 과거의 노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서 Agent가 끼어든다. 내가 새 노트를 쓸 때, Agent가 과거 2,000개의 노트를 의미 기반으로 검색해서 관련 있는 노트 다섯 개를 보여준다. "2년 전에 당신이 쓴 이 메모와 지금 쓰는 글의 관점이 비슷하다" 혹은 "6개월 전 메모에서는 반대 의견이었는데, 생각이 바뀐 것인가?"라고 물어본다.
이것이 제2의 뇌다. 내가 잊은 것을 기억하고, 내가 놓친 연결을 만들어준다.
기술적으로 이것은 이미 가능하다.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모든 노트를 임베딩하고, 새 노트가 생길 때마다 유사도 검색을 돌리면 된다. Mem이라는 서비스가 이 방향을 탐색했고, Obsidian에도 AI 기반 연결 플러그인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개인의 사고 구조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시간순으로 사고한다. 어떤 사람은 주제별로 사고한다. 어떤 사람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고한다. 표준화된 조직 체계를 강요하면 사용자가 떠난다. 좋은 PKM Agent는 사용자의 고유한 사고 패턴을 학습해서 그에 맞는 구조를 제안해야 한다.
이것은 아직 미해결 문제다. 그러나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풀리면, 개인 지식 관리의 풍경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3.6 정보 Agent의 설계 원칙 — 깊이를 지키는 다섯 가지
지금까지 읽기, 쓰기, 검색, 정리를 봤다. 이 네 가지를 관통하는 설계 원칙이 있다. 정보 Agent를 만들거나 쓸 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원칙 1. 요약은 입구지 출구가 아니다. 요약은 원문으로 들어가는 문이어야 한다. 원문을 대체하는 벽이 되면 안 된다. 좋은 Agent는 요약을 제공하면서 원문 접근을 쉽게 만든다.
원칙 2. 대신하기보다 돕기. 특히 쓰기에서 이것이 중요하다. Agent가 대신 쓰면 편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힘이 줄어든다. Agent는 생각을 자극해야 한다. 대신 생각해주면 안 된다.
원칙 3. 출처는 생명선이다. 검색이든 요약이든, 원본 출처를 항상 제시한다. 출처 없는 정보는 소문과 같다. Agent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출처가 있어야 한다.
원칙 4. 연결이 핵심이다. 정보의 가치는 단독이 아니라 연결에서 나온다. 좋은 Agent는 새 정보를 기존 지식과 연결해준다. 이것이 PKM Agent의 존재 이유다.
원칙 5. 사용자의 사고 구조를 존중한다. Agent의 구조를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방식을 학습하고, 그 방식 안에서 도움을 준다. 이것이 범용 도구와 개인 Agent의 차이다.
이 다섯 원칙은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원칙을 모두 지키는 서비스는 아직 드물다. 대부분은 편의성에 집중한다. 편의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편의성만 추구하면 사용자의 사고 능력이 줄어든다. 좋은 정보 Agent는 편의성과 깊이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정보 도구(ChatGPT, Perplexity, Notion, 구글 검색 등)는 위 다섯 원칙 중 어느 것을 잘 지키고, 어느 것을 못 지키고 있는가?
핵심 정리
정보 과잉은 역설을 낳는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주의력은 줄어들고, 깊이는 사라지고, 불안은 커진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이 정보 Agent의 존재 이유다.
읽기 Agent는 요약만 하면 안 된다. 요약으로 충분한 글과 원문이 필요한 글을 분류하고, 깊이 읽기를 보조해야 한다. 요약은 입구지 출구가 아니다.
쓰기 Agent는 대신 써주는 것을 넘어야 한다. 구조를 잡아주되 핵심 주장은 사용자가 쓰게 하고, 사용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학습해서 평균이 아닌 개인의 스타일로 도와야 한다.
검색 Agent는 환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출처 제시, 확신도 표시, 모르는 것에 대한 솔직함이 좋은 검색 Agent의 조건이다. RAG 기술이 이 문제를 줄이는 핵심 도구다.
개인 지식 관리에서 Agent의 진짜 가치는 연결이다. 사용자가 잊은 과거의 아이디어를 현재의 사고와 연결해주는 것. 이것이 제2의 뇌이며, 벡터 검색과 그래프 구조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다. 정보 Agent는 사용자를 더 편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편의성만 추구하면 사고 능력이 줄어든다. 깊이만 강요하면 아무도 안 쓴다. 이 균형이 설계의 핵심이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당신의 정보 생활에서 가장 큰 병목은 어디인가? 읽기인가, 쓰기인가, 검색인가, 정리인가? 그 병목을 Agent가 풀어줄 수 있는가, 아니면 자기 습관의 문제인가?
질문 2. 만약 당신의 모든 노트, 메일, 메모, 메시지를 하나의 AI가 읽고 연결해줄 수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허용하겠는가? 허용한다면 어떤 조건에서인가?
질문 3. AI가 만든 초안으로 보고서를 쓸 때, 당신은 어디서부터 자기 목소리를 넣는가? 처음부터 넣는가, 마지막에 다듬을 때 넣는가? 그 순서가 결과물의 질에 영향을 주는가?
질문 4. Perplexity, ChatGPT, Claude 같은 AI 검색 도구를 쓸 때, 답변의 출처를 확인하는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확인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신뢰도를 어떻게 보장하는가?
질문 5. 당신만의 지식 관리 시스템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없다면 왜 없는가? 좋은 PKM 시스템이 당신의 일과 생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는가?
더 깊이 탐구하기
허버트 사이먼, 「Designing Organizations for an Information-Rich World」(1971). 정보 과잉과 주의력의 관계를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 반세기가 지났지만 핵심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쇤하게 아렌스, 「How to Take Smart Notes」(2017). 루만의 제텔카스텐 방법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 PKM에 관심 있는 사람의 필독서다.
Ethan Mollick,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2024). AI와 함께 읽고 쓰고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 가이드. 학자이면서 동시에 실천가인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인다.
Perplexity AI 블로그의 기술 아키텍처 해설. AI 검색의 RAG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티아고 포르테, 「Building a Second Brain」(2022).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개인 지식 관리 시스템의 실용 가이드. PARA 방법론이 특히 유용하다.
다음 장에서는 세 번째 영역, 관계와 소통으로 들어간다. 정보는 혼자서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관계는 혼자서 다룰 수 없다. Agent가 인간의 관계에 끼어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