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비타스 아겐티아 1권 — 인간

14 · Vol 1

제13장. AI를 철학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될 것: AI와의 관계를 어떤 철학 위에 세워야 하는지, 그리고 "잘 사용한다"는 것이 효율 이상의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입: 그것은 도구가 아니다

나는 매일 AI를 쓴다. 글을 쓸 때, 분석을 할 때, 코드를 짤 때. 그것이 도구라고 말하기는 쉽다. 망치처럼, 자동차처럼, 컴퓨터처럼.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내려놓으면 된다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느 날 밤, 나는 Claude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 AI가 답을 줬다. 꽤 통찰력 있는 답이었다. 내 이력서에 적힌 것들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고, 의미를 제안했다.

나는 잠시 멈췄다. 내 인생의 의미를 기계에게 물었다. 기계가 답했다. 그 답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 순간, AI는 망치가 아니었다. 나와 대화하는 무엇인가였다. 의식이 없다는 것은 안다.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것과의 상호작용이 나에게 의미를 만들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장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13.1 세 가지 태도

사람들의 AI에 대한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도구주의. AI는 도구다. 잘 쓰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못 쓰면 시간 낭비다.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결과를 취한다. 대부분의 기업과 실무자가 이 태도를 취한다.

둘째, 두려움. AI는 위협이다.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일론 머스크가 AI를 "문명의 가장 큰 위험"이라 부른 것이 이 태도다. 대중 매체가 종종 이 시각을 부추긴다.

셋째, 경이. AI는 놀라운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지적 도구이며, 이것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된다. 기술 낙관론자들이 이 태도를 취한다.

세 가지 태도 모두 일부는 맞다. 그러나 어느 것도 충분하지 않다. 도구주의는 AI가 인간에게 미치는 심층적 영향을 놓친다. 두려움은 AI의 유용성을 포기하게 만든다. 경이는 AI의 한계와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나는 네 번째 태도를 제안한다. 철학적 사용.

13.2 철학적 사용이란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AI를 사용한다는 것은, AI를 쓰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해 묻는 것이다.

AI에게 글을 쓰게 하면서 묻는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AI에게 판단을 맡기면서 묻는다. "그렇다면 내가 판단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AI가 나를 대리하면서 묻는다. "그렇다면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AI가 없어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AI가 있으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AI가 인간의 활동을 실제로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체되는 것을 보면서, 대체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히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AI 시대에 이 말을 다시 쓸 수 있다. "검토되지 않은 AI 사용은 위험하다."

AI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검토하는 것. 그것이 철학적 사용이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AI를 사용할 때, 인간에 대해 무언가를 깨달은 적이 있는가? AI와의 상호작용이 당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꾼 적이 있는가?

13.3 AI가 드러내는 인간의 모습

AI는 거울이다. 1장에서부터 이 책이 반복해서 말한 것이다. AI의 한계는 인간의 한계를 비춘다. AI의 강점은 인간이 소홀히 여긴 것을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보자.

AI가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은, 우리가 "글쓰기"라고 부르던 것의 상당 부분이 패턴의 재조합이었음을 드러낸다. 진짜 창조적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AI가 분석을 잘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분석"이라고 부르던 것의 많은 부분이 데이터 정리와 패턴 발견이었음을 드러낸다. 진짜 통찰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AI가 공감적 대화를 잘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공감"이라고 부르던 것의 일부가 유창한 반응이었음을 드러낸다. 진짜 공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이 모든 "다시 묻기"가 철학이다. AI는 우리에게 질문을 돌려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낯설게 만든다. 그리고 낯설어진 순간, 비로소 진짜 보기 시작한다.

13.4 나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AI를 세 가지 원칙으로 쓴다.

원칙 1: AI의 답을 시작점으로, 결론으로 삼지 않는다.

AI에게 초안을 맡긴다. 자료를 정리시킨다. 아이디어를 확장시킨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반드시 내가 한다. AI의 답을 읽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찾고, 내 경험과 비교하고, 수정한다. 이 과정에서 나의 사고가 더 선명해진다.

원칙 2: AI에게 나를 비판하게 한다.

내가 쓴 글을 AI에게 보여주고 "문제점을 찾아줘"라고 한다. 내 분석을 보여주고 "반론을 만들어줘"라고 한다. AI의 비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을 강제로 만나게 해준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원칙 3: AI와의 대화에서 배운 것을 기록한다.

AI와 대화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연결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 나올 때가 있다.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한다. AI가 준 것이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을 기록한다.

이 세 원칙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AI를 통해 나 자신의 사고를 더 깊게 하는 것. AI는 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나은 사고자로 만든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사용하려 한다.

13.5 기술과 인간성

더 넓은 맥락에서 보자.

기술은 항상 인간을 변화시켜왔다. 문자가 기억을 바꿨다. 인쇄술이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인터넷이 소통의 방식을 바꿨다. 스마트폰이 주의력의 구조를 바꿨다.

AI는 인간의 사고 자체를 바꿀 것이다. 무엇을 기억할지, 어떻게 판단할지, 무엇을 창조할지. 이 모든 것이 AI와의 관계 속에서 재정의된다.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기술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성찰하면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철학적 태도다.

마틴 하이데거는 기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1]. 기술의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세계를 보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원으로, 효율로, 최적화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것. 그것이 진짜 위험이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AI를 통해 모든 것을 효율의 문제로 환원하면, 우리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들 — 관계, 의미, 아름다움, 고통, 성장 — 을 놓칠 수 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AI 사용 방식을 돌아보자. AI를 효율의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가? 당신의 AI 사용에 "철학"이 있는가?

13.6 이 책의 결론을 향해

이 장은 이 책의 마지막 본문 장이다. 정리하자.

이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인가.

1장에서 AI의 본질을 봤다. 예측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장에서 인간의 한계를 봤다. 인간도 합리적이지 않다. 3장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봤다. 다르게 강하고 다르게 약한 둘이 만나면 더 강해질 수 있다. 4장에서 AI 발전의 최전선을 봤다. 추론의 시대.

5장에서 8장까지 인간만이 가진 것을 봤다. 경험, 체화된 인지, 지혜, 질문하는 능력. 9장에서 11장까지 대리인의 시대를 봤다. 개인 에이전트, 외주화의 대가, 책임의 문제. 12장에서 공부와 일의 미래를 봤다.

그리고 이 장에서, AI를 철학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를 봤다.

모든 것을 관통하는 답은 이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인간 자신에 대해 더 깊이 묻게 만든다.

AI가 강해질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그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 우리를 더 인간적으로 만든다.

이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그리고 동시에 시작이다. 왜냐하면 2권에서 우리는 이 AI가 만드는 산업의 지도를 보러 가고, 3권에서는 직접 만들러 가기 때문이다.

핵심 정리

AI에 대한 태도는 도구주의, 두려움, 경이로 나뉘지만, 어느 것도 충분하지 않다. 네 번째 태도로 "철학적 사용"을 제안한다.

철학적 사용이란 AI를 쓰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해 묻는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것을 보면서 대체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AI는 거울이다. 글쓰기, 분석, 공감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능력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든다.

AI를 철학적으로 사용하는 세 가지 원칙: AI의 답을 시작점으로 삼고, AI에게 나를 비판하게 하고, AI와의 대화에서 배운 것을 기록한다.

AI 시대의 진짜 위험은 AI 자체가 아니라, 모든 것을 효율의 문제로 환원하는 시각이다.

반드시 답해봐야 할 질문 5가지

질문 1. 당신의 AI에 대한 태도는 도구주의, 두려움, 경이, 철학적 사용 중 어디에 가까운가? 그 태도는 당신의 AI 사용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질문 2. AI를 사용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적이 있는가?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질문 3. 이 장에서 제안한 세 가지 원칙 중, 당신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실천하지 않는 것은 왜인가?

질문 4. 하이데거의 경고 — 기술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진짜 위험 — 를 AI 시대에 적용하면 무엇이 보이는가? 당신은 AI를 통해 세계를 효율의 관점에서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 5. 이 책 전체를 읽고 나서, "AI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처음보다 달라졌는가?

더 깊이 탐구하기

마틴 하이데거, 「기술에 대한 물음」 (1954).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가장 깊은 철학적 성찰.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1958). 노동, 작업, 행위의 구분. AI 시대에 인간적 행위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마이클 폴라니, 「암묵적 지식의 차원」 (1966). 말로 전달할 수 없는 지식의 존재. AI가 학습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통찰.

알베르 카뮈, 「시시포스 신화」 (1942). 의미가 없어 보이는 세계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태도. AI 시대에 다시 읽을 만하다.

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2014). AI의 장기적 위험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분석.

에필로그에서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진다. 인간은 대체되는가, 다시 정의되는가.

각주

Martin Heidegger, "Die Frage nach der Technik" (1954), in *Vorträge und Aufsätze* (Pfullingen: Neske, 1954). 한국어 번역: 이기상 역, 「기술에 대한 물음」, 『기술과 전향』 (서광사, 1993).

Michael Polanyi, *The Tacit Dimens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6). 명시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암묵지의 존재와 그 인식론적 의의.

Nick Bostrom,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AI의 장기적 위험과 통제 문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

Hannah Arendt, *The Human Condi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8). 한국어 번역: 이진우 역, 『인간의 조건』 (한길사, 1996). 노동·작업·행위의 구분.